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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한국이 싫어서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9. 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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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간 사정을 풀어낸 이야기를 담아냈다. 자기 행복을 찾기 위해 이민이라는 모험을 선택한 주인공의 시점에서 바라본 ‘한국이 싫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이 싫어서>는 2015년에 출간된 장편소설로 장건재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되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개봉을 하기 전, 책이 출간된 당시에 읽었던 기억이 분명히 있는데 결말이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 원작 소설을 감상해 보기로 했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 예고편

 

https://youtu.be/rVknMnmNu2M

 

목차

 

1 터틀맨
2 별도령
3 도화살
4 신분 차이
5 베이스 점프
6 파블로
7 남십자성

작가의 말
작품 해설_사육장 너머로 /허희(문학평론가)

 

 

 

책 후기

 

계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을 뒤로한 채, 호주에 이민하게 된다. 지금의 현실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느꼈고 무엇보다 자신이 한국에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기준에 의해서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 한국보다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호주를 선택하게 된다. 모든 것이 쉽지 않았던 만큼 자신이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사실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영주권을 취득하는 과정도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상상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호주에 있는 자기 모습은 현재이자 현실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한국 사회는 계급 사회라는 말로 표현될 만큼 많은 부분에 있어서 불공평함을 느끼게 했다. 지나친 능력주의를 추구하는 부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불평등은 진정한 공정의 길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직업의 귀천을 지나치게 따지는 부분이나 능력주의에서 오는 또 다른 불평등의 문제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계나는 한국 사회를 떠나기로 한다. 회피에 가까운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벌, 재력, 외모를 비롯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는 지금의 상황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온 것이었다. 지금 살아가는 곳에서는 제힘으로 도달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게 된다.
 
철저한 이방인에 불과하지만, 일정한 요건에 따른 이민은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처음 호주행을 결정했을 때는 그저 한국이 싫어서 떠났지만, 두 번째 호주행을 결정했을 때는 이제 한국을 싫어하지 않고 관심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물론 변화는 있었지만, 완전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공동체에도 스며들지 못했고 행복 또한 어디에서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이 불확실함에 표류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자신의 결론을 찾아가기 위한 혼란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이들의 모습과 가까웠고 그에 따른 불행도 그녀의 선택이었겠지만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선택하게 되면서 또 다른 더 나은 자기 행복을 위해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털어놓는 친구들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상황을 해결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해결하지 못한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어디에나 불공평함이 존재하고 낯선 이곳의 세상에 깊게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공정을 논할 수 있나 싶긴 했다. 국가주의가 심한 한국에서 거부감으로 인해서 충동적으로 결정한 부분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선망의 시선은 어떤 불만을 수용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떤 행복을 좇는 고민의 흔적에 대해 응원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어서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 자산성행복을 버리고 현금 흐름성 행복을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다. 말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한국이 싫어서 떠나 회피를 했다면 두번째는 행복을 위해 떠났고 세번째는 현실을 깨닫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기 위해서 다시 떠났다.
 

다시 읽어 보니 왜 이 내용을 잊어버렸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결말이 인상깊지 않아서 이기도 했지만 약간 특정 커뮤니티에서 볼 법한 문체가 거슬려서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영화에 대한 각색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궁금해지고, 고아성 배우의 연기가 정말 기대된다.

 

p170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p184 밥을 먹는 동안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 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지명이가 그런 애야. ‘내가 난관을 뚫고 기자가 되었다.’는 기억에서 매일 행복감이 조금씩 흘러나와. 그래서 늦게까지 일하고 몸이 녹초가 되어도 남들보다 잘 버틸 수 있는 거야.
어떤 사람은 정반대지.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 그게 엘리야. 걔는 정말 순간순간을 살았지.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갑자기 많은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하더라고. 내가 왜 지명이나 엘리처럼 살 수 없었는지. 내가 왜 한국에서 살면 행복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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