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설

[책 리뷰] 스파클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4. 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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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작품성에 대한 기대가 컸다.  ‘스파클’이라는 단어는 보통 빛나는 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의 ‘스파클’은 반짝이기 전의 어둠과 그 어둠을 통과하며 피워낸 미세한 빛으로 존재한다. 그 반짝임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시간과 용기의 과정이 이 작품을 더욱 반짝이게 만든다.

 

유리는 오 년 전 사고로 오른쪽 각막을 이식받았다. 그 후 방황하던 유리는 자신에게 눈을 준 사람이 궁금해지고, 그의 지인인 시온을 만나게 된다. 그는 하루하루 편지를 남기며 그리운 마음을 표시한다. 그런 시온의 주변을 맴돌던 유리는 점차 용기를 내어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유리는 기적을 믿지 않았다. 기적은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는 현재도, 미래도 살아갈 수 없게 만든다. 유리의 고민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었고 정해준 길을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만이 남았다. 그렇다고 해서 정해진 길에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내면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 어디로 가야 할지를 잃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자신을 희생해 기적을 만들어준 영준의 흔적을 쫓으며 조금씩 생각의 변화를 맞이한다. 거듭된 무기력함에 자신의 일부가 무너져 내림을 느꼈던 초반과는 다르게 그 불안을 딛고 일어나는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죄책감에서 벗어난 나만의 선택은 무모함이라 할지라도 괜찮았다. 그렇게 마음에 콕콕 박힌 눈송이가 햇살을 받으며 스르륵 녹아간다.

 

기적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소설의 시선이 독특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상상치 못한 반전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며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161p에서는 “사람들은 흔들리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하지만 흔들림은 필연적이래”라는 말이 이 책의 중심 주제이다.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위로와 우리는 다시 살아가는 길 위에 선다는 믿음이 담겨있는 말이었다. 찬란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위한, 조용한 응원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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