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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나로 늙어간다는 것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5. 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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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궁금해지게 만들었던 ‘나로 늙어간다는 것’. 시작부터 강렬하다. 하나의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은 편견이 아닌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외형적인 모습에 국한되지 않는 ‘늙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면의 늙음을 성숙함으로 치환할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그 테마의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안내서가 되어줄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서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꼭 행복을 극대화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불행을 최소화하는 것도 훌륭한 목표다”라는 말이었다. 행복이라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삶에서 불가피하게 마주하게 되는 불행과 고통을 어떻게 다루고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주로 긍정적인 생각을 나열하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 균형 잡힌 시선이 잘 드러나 있다.

 

더불어 저자는 함께 삶에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해 나가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삶을 완성해 나간다는 건 완벽함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유지하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며 계속해서 살아 나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막연한 두려움에서 남은 삶을 어떻게 채워 나가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재의 ‘나’를 지켜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외모나 사회적 역할의 변화에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태도와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정체성을 굳건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상을 살아가며 종종 느꼈던 불편한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펼쳐두곤 솔직하게 ‘늙는다’라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털어놓는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과거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미래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이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둔 것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정리한 내용들이 인상 깊었다.

 

“사람이 생애의 마지막 15년에서 20년 동안 그저 폐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의 문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라는 문장은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실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랬다.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노년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배우고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사회 시스템이나 편견으로 인해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겨 있다. 이 대목은 독자에게 자신이 누리는 특혜를 망각한 채 타인의 어려움과 가난을 터부시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며, 노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이 책은 노년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어떻게 ‘나’로 늙어갈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저자는 복잡한 이론이나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개인의 경험과 철학적 사유를 통해 독자들이 '늙음'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게 유도한다. 차분하고 담담한 문체는 글에 진정성을 더하며, 노련한 인생 선배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미래가 내 앞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 저자처럼 여유롭고 주체적인 노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한다. 간결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문장들은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며, 삶의 진실을 깊이 있게 성찰할 시간을 마련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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