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세이

[책 리뷰]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8.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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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고 있는 의식과 잔잔하고 빼곡한 내면의 세계로 가득한 책<마음이 다쳐 돌아가는 저녁>은 손홍규 작가의 산문이다. 어떤 한 단어로 표현하기엔 아쉽게 느껴질 만큼 글의 생동감은 인상 깊다. 몸도 마음도 지쳐 돌아가는 저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당연한 힐링보다 마음에 점차 차오르게 하는 따뜻함으로 가득해진다. 마음을 담은 말은 독서의 행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이 될 책이다.

 

 

목차

 

작가의 말

1부 절망을 말하다
문학은 소다 | 백 년 동안의 고독 | 불멸하는 진심의 언어 | 노인에 관한 명상 | 어머니와 나 | 절망한 사람 | 수박이 아니라 참외여 | 인간은 다시 신비로워져야 한다

2부 문학은 네가 선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
겨울 건봉사 | 경주 남산 폐사지 | 이스탄불에서 마음을 놓치다 | 가을 이스탄불 | 백 일이면 충분해

3부 수많은 밤들의 이야기
눈물 | 문학은 이렇게 하는 거다 | 은퇴하는 소설가 | 대출기록부 | 살아남아서 인간이 되어야 한다 | [정권교체 희망선언] 국민참여재판 최후진술서 | 환멸의 기원 | 대학 시절 | 저녁을 바라보며

4부 슬픔과 고통으로 구겨진 사람
기억이 우리를 본다 | 늙은 농민 | 경계에 선 사람들 | 헛것들을 사랑함 | 귀가 | 내면과 풍경 | 가난해서 운 게 아니에요 | 달을 그리워함 | 당신은 어디서 왔을까 | 투수를 노려보지 않는 타자 | 하지 않은 일 | 기억의 크기 | 오래 두고 읽다 | 예의 | 가슴속 폐허 | 환대 | 품을 앗다 | 사람과 사연 | 배타적인 슬픔 | 청년 노동자 | 문체와 민주주의 | 침묵을 상상하는 이유 |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 불혹의 작가들 | 미적 거리 | 불가능한 아름다움 | 아름다운 테러 | 그레고르 잠자들 | 기꺼이 헤매다 | 사연과 글쓰기 | 바람이 분다 | 이야기꽃 | 퇴고

미니픽션
헛것들 | 불한당의 소설사

 

책 후기

 

삶을 옮겨쓰는 마음의 창으로 바라보는 내면의 세계.

 

상처라는 건 어떤 틈을 열어서라도 파고들기 마련인데, 그 마음을 드러내는 솔직함이 가려진 무언가를 보듬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곤 한다. 여러 형태의 죽음과 저마다 받아들이는 상처의 크기를 마주하며 순수한 고독의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나의 상처가 더 아프다는 말보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단어는 어떤 정의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언어에 의해서 존재한다. 그렇게 시대를 반영하는 단어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이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 사회도 언젠간 공멸에서 공존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마음의 창이 닫히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다른 시선에서 보면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시간에 머문 단어는 내면을 괴롭힌 것도 같지만, 실은 아니었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할 때, 분노하는 '나'에 맞추곤 한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마저도 표현할 수 있는 형태의 경계를 넘어서 생각하면 정반대의 마음과 그 감정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분노하는 '나'가 아닌 '감정'이라는 단어라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글의 심연에 한없이 빠지게 하는 작가의 마음은 단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기억으로 가득 채워놓는 단어는 문장이 되고 문장은 하나의 글이 되어 하나의 소설이 된다. 여러 세월에 거쳐 경험이 더해진 글의 깊이는 여러 번 보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인생을 표현한 이 글의 사유에 빠져드는 순간이 꽤 즐거웠다.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했고 또 굳어져 왔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내면에 따라 달라질 우리의 풍경은 어떤 모습이 될까.

나는 새벽을 좋아한다. 거창한 이유는 없지만 새벽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나를 새벽에 있게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표현하듯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까워지고 새벽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 짧은 순간이라 더욱 짙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분위기는 끊임없이 새벽을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 온전히 혼자가 된 시간에 읽었던 책<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은 지친 저녁을 지나서 밤이 되니 위로가 되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유하는 순환의 고리는 무의미해 보이기도 했지만 적어도 이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이 생각들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나고 바라보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원한 고민 속에 놓일 우리의 삶 속에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려면 한참 먼 것 같다. 내면의 성숙을 틈틈이 다지고 나서 다시 열어봐야겠다.

 

기억에 남는 문장

p55 고독은 부수거나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하나의 고독과 또 다른 고독이 만나 이전의 고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고독이 되는 짧은 순간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내게 눈빛으로 알려주는 듯하다.

p195 슬픔과 고통으로 한번 구겨진 사람은 제아무리 반듯이 펴놓는다 해도 은박지가 그러하듯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p197 한번 지나간 순간은 재현할 수 없지만 앞에 놓인 무수한 시간 안에서 그 순간은 수많은 변형태로 돌연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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