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의 데뷔작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범죄 스릴러 소설로,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아 독자에게 강렬한 충격을 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카스트라토'는 변성기 이전에 거세된 소년 가수를 의미하며, 소설은 남성의 성기를 절단하는 잔혹한 범죄 수법과 그 범인을 쫓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목차
Case No.1 세종문화회관
Case No.2 용산구 동자동 스텔라드롭
Case No.3 종로구 견지동 스텔라드롭
Case No.4 남산도서관
Case No.5 종로구 초동 카페
Case No.6 종로구 인의동 스텔라드롭
Case No.7 국립극장
Case No.8 상왕십리 꼬마빌딩
Case No.9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Case No.10 계림호텔
Case No.11&12 성동구 한강변
Case No.13 응봉동 IMG기획
에필로그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책 리뷰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 밤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 일명 카스트라토 사건으로 시작된다. 인왕서 강력 5팀의 팀장이자 프로파일러인 이맥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며, 소설은 그의 시선을 따라 사건을 풀어간다. 표창원 작가는 전직 프로파일러답게 이러한 범죄 수사 과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전달한다. 특히, 범죄의 수법, 범인의 심리 상태, 그리고 프로파일링 기법 등을 섬세하게 그려져 현실감을 높인다.
사법 불신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적 제재를 주요 주제로 삼는다. 소설 속 연쇄 살인범은 성범죄자들을 타깃으로, 그들을 납치한 후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방식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다. 이러한 범행 수법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법과 정의 시스템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 사적 제재를 상징한다. 범인은 공적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직접 정의를 구현하려는 극단적 행동을 택한다.
소설은 사적 제재의 위험성을 분명하게 경고하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어딘가 모를 쾌감과 복수심을 자극한다. 독자는 이러한 처벌이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일종의 해소책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 제재는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행위임을 상기시킨다.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때때로 극단적인 방법에 매력을 느끼고, 그로 인해 더욱 폭력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하게 된다.
이러한 복수와 정의에 대한 모호한 경계를 그리면서, 사법 체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어떤 방식으로 악순환을 불러오는지 보여준다. 결국, 소설 속 카스트라토 사건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법적·도덕적 문제들을 고발하며, 우리가 사적 제재에 느끼는 잠깐의 쾌감이 사회 질서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들이 선제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소설 속 살인 사건은 개인의 일탈적 범행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반영한다. 표창원은 미디어, 정치, 사법 체계의 부조리가 어떻게 얽혀 사회적 혼란을 만들어내는지를 날카롭게 그려내며,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사회는 더욱 폭력적이고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경고를 전한다.
특히, 미디어의 자극적인 보도는 대중의 불안을 조장하고, 사건의 본질보다는 흥미를 끌어내기 위한 자극적 요소에만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폭력적이고 비현실적인 해결책에 무감각해지며, 범죄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정치적으로 악용된다. 정치인들은 혐오와 폭력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하며, 이러한 현상은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법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사적 제재에 열광하게 된다.
그러나 소설은 이 모든 악순환이 사법 체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부조리와 도덕적 붕괴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한다. 사회가 정의와 공정을 우선시하지 않고, 언론과 정치가 대중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방식으로만 기능할 때, 범죄는 더 잔혹해지고, 폭력은 점점 더 정당화된다. <카스트라토>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이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혼란과 불의가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소설 <카스트라토>는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분노와 자괴감, 그리고 이를 소설로 풀어내지 못한 채 30년 동안 품어왔던 감정들이 이 작품으로 탄생했다. 단순한 추리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과 정의, 책임감이 어떻게 이익과 권력에 의해 희생될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묘사하며, 이는 작품 속에서 '거세당한 자들'로 표현되는 권력자들과 연관된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폭력과 억압의 상징인 범죄 수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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