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장편소설61 [책 리뷰] 파선: 뱃님 오시는 날 요시무라 아키라는 주도면밀한 취재와 현장 증언, 사료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장편 소설을 집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다. 그가 1982년에 발표한 『파선: 뱃님 오시는 날』은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 재조명되며 ‘역주행’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첫 출간이다. 2020년에는 도미니크 리에나르 감독이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을 연출하기도 했다. 소설은 바다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17 가구 규모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시작된다. 농사도, 어획도 어려운 척박한 땅에서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버텨가며 바닷가에서 제사를 지내고 ‘뱃님’을 기다린다. 그런데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무사히 도착한 배가 아니라 ‘난파된 배’다. 살아가기 위해 누군가의 불행을 기원해야.. 2025. 6. 20. [책 리뷰] 센트럴파크 책을 받기 전, ‘사랑’이라는 키워드 외에는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다. 밝은 세상 ‘만약에: 사랑 편’의 블라인드 서평단은 총 3개의 색상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고 나는 ‘연두’에 선정되었다. 책 속에 녹아있는 연두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지,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기대감이 컸다. 소설은 파리 경찰청 강력계 팀장인 알리스 쉐페르가 뉴욕 센트럴파크의 벤치에서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옆에는 어떤 남자가 눈을 감고 있었고 그는 자신과 함께 수갑을 차고 있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전날 밤 친구들과 술을 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신을 차린 남자는 미국인으로 가브리엘 케인,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한다. 그 역시 재즈바에서 나와 택시를.. 2025. 6. 10. [책 리뷰]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나는 ‘노인’이 주인공이 되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삶의 끝자락에 선 이들에게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들고, 때로는 ‘무쓸모’, ‘무가치’라는 거북한 이름이 따라붙는다. 한때, 지혜의 상징이었던 노인을 언제부터 그렇게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걸까. 그렇기에 우리는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의 미래이자 종착지가 될 테니까. 은 우리가 주목하지 않은 그 부분에서부터 시작된다. 유쾌한 사교클럽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펼쳐가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노년의 삶이 얼마나 생기 넘치고 활기찰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교클럽의 구성원들은 처음부터 서로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는 못했다. 각자의 삶 속,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이루지는 못하기도 했다. 그래서 자신.. 2025. 5. 19. [책 리뷰] 스파클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작품성에 대한 기대가 컸다. ‘스파클’이라는 단어는 보통 빛나는 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의 ‘스파클’은 반짝이기 전의 어둠과 그 어둠을 통과하며 피워낸 미세한 빛으로 존재한다. 그 반짝임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시간과 용기의 과정이 이 작품을 더욱 반짝이게 만든다. 유리는 오 년 전 사고로 오른쪽 각막을 이식받았다. 그 후 방황하던 유리는 자신에게 눈을 준 사람이 궁금해지고, 그의 지인인 시온을 만나게 된다. 그는 하루하루 편지를 남기며 그리운 마음을 표시한다. 그런 시온의 주변을 맴돌던 유리는 점차 용기를 내어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유리는 기적을 믿지 않았다. 기적은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 2025. 4. 18. 이전 1 2 3 4 ··· 1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