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책후기186 [책 리뷰] 열세 번재 계절들의 소녀들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인간에게 견딜 수 없는 재난이 찾아오게 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식 밖을 벗어난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숱하게 목격해왔다.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사라진 인간은 때론 극단적인 사고를 하기도 한다. 턴시리즈의 여섯 번째 소설 에서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소멸하지 않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기후 위기는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다. 생존을 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생체코드'를 이용하여 전국민의 유전자 우성화를 추진하는 비인간적인 정책이 시행된다. 특히 소녀들에게는 사랑이 금지되며, 세 번 이상 ‘사랑’이라는 말을 하면 ‘소녀원’에 수용되어 기억 개조를 당하는 ‘잿빛 라일락 법’이 통과된다. 이처럼 세상에서 사랑은 .. 2025. 7. 16.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 는 삶의 인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소박하고 인간적인 말들로 오늘을 지켜 내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작가 박상률의 산문집이다. 삶이 고단할 때, 특별한 위로나 조언이 아니더라도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일어설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박상률 작가에게 그런 존재는 문학과 문학을 통해 만난 이들이었다. 그의 삶을 밝게 비춰준 문학적 거인들은 뛰어난 글뿐만 아니라 세상의 불합리함 앞에서도 적당한 타협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낸 사람들이었다. 이 책은 그들에게 바치는 애정 어린 헌사다. 박상률 작가에게 문학은 읽고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지표이자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이처럼 언어와 문학은 인간을 살아 숨 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저자 또한 그것에서 힘을 얻었고 작품 전반에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2025. 7. 2. [책 리뷰] 축제의 날들 조앤 비어드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물며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다. 삶의 가장 깊은 곳을 파고드는 예리한 통찰력과 시적인 문장들로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녀의 대표작이자 한국에 출간된 에세이/단편 소설집 은 삶과 죽음, 상실과 회복이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는 아홉 개의 단편을 살펴본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삶을 단단히 붙잡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지 음울함에 빠지는 것에 멈추지 않고 덧없음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적어도 그녀에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과 행복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인 것이다. 끝맺고 싶었던 이야기.. 2025. 6. 24. [책 리뷰] 파선: 뱃님 오시는 날 요시무라 아키라는 주도면밀한 취재와 현장 증언, 사료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장편 소설을 집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다. 그가 1982년에 발표한 『파선: 뱃님 오시는 날』은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 재조명되며 ‘역주행’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첫 출간이다. 2020년에는 도미니크 리에나르 감독이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을 연출하기도 했다. 소설은 바다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17 가구 규모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시작된다. 농사도, 어획도 어려운 척박한 땅에서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버텨가며 바닷가에서 제사를 지내고 ‘뱃님’을 기다린다. 그런데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무사히 도착한 배가 아니라 ‘난파된 배’다. 살아가기 위해 누군가의 불행을 기원해야.. 2025. 6. 20. 이전 1 2 3 4 ··· 4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