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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열세 번재 계절들의 소녀들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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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인간에게 견딜 수 없는 재난이 찾아오게 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식 밖을 벗어난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숱하게 목격해왔다.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사라진 인간은 때론 극단적인 사고를 하기도 한다. 턴시리즈의 여섯 번째 소설 <열세 번째 계절의 소녀들>에서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소멸하지 않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기후 위기는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다. 생존을 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생체코드'를 이용하여 전국민의 유전자 우성화를 추진하는 비인간적인 정책이 시행된다. 특히 소녀들에게는 사랑이 금지되며, 세 번 이상 ‘사랑’이라는 말을 하면 ‘소녀원’에 수용되어 기억 개조를 당하는 ‘잿빛 라일락 법’이 통과된다. 이처럼 세상에서 사랑은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식이라는 인류 보존의 의무를 방해한다고 판단한 독재정권은 감정을 통제하려 한다. 말을 듣지 않을 경우 기억 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복종’ 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틈은 있었다. 어떤 연결 매개가 있으면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소녀들은 금지된 단어인 ‘사랑’ 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감정을 되찾기 위해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 저항은 다른 소녀들에게도 파동을 일으킨 듯 연대하기 시작했고 그것 자체가 하나의 희망이자 해방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사랑이야 말로 인간의 근원이자 존재의 이유임을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만 번의 겨울에도 세상은 꽃을 피우지만 그녀가 서있는 곳은 겨울이 거듭 반복되는 세상이었다. 본래 자신이 있었던 계절이 반복된 그곳의 기억이 희미해져 간다. 10P “라일락은 소중한 약속과 맹세, 첫사랑을 상징한다. 이 작고 여린 꽃에 그토록 막중한 의미를 부여한 건 인간의 욕심일까. “ 라는 말처럼 인간이 모두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건 ‘사랑’이라는 감정을 되새기게 만든다. <열세 번째 계절의 소녀들>은 사랑은 순수하고 단단한 것임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수많은 사랑의 매개자인 자연이 당신의 계절을 전부 기억한다는 걸 믿어 주길” 이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깊었다. 이 말처럼 사랑은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감정이며 억압과 통제를 뚫는 초월의 힘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 반복되어도 자연은 계절을 기억하고 다시 꽃을 피워 우리의 마음에도 언젠가 봄을 맞이할 것이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계절이 바뀌지 않은 채, 혹독한 계절이 반복되는 이 세상에서 소녀들은 잃어버린 계절과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사랑이 뿌리를 내려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이 소설에서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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