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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리뷰]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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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장편소설 /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싶어

서평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는 제12회 브런치 북 출판 대상 소설 부문 최초 수상작이다. 이 작품은 제목부터 하나의 문장이자 선언처럼 다가온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는 문장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이름처럼 ‘강하고’가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말로도 쓰이고,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라는 바람이 담긴 문장으로도 쓰인다. 실제로 이 소설에는 ‘강하고’라는 이름의 인물과 정말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늙음이라는 시간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싶은 사람이다. 노년은 쇠락,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라 지혜, 단단함, 품위,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낸 시간의 무게가 깃든 힘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이든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에 마음이 끌린다.

 

여기, 강하고 하는 인물이 있다. 그는 어차피 죽을 거라면 그리스 바다에서 죽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그동안 가난에 파묻혀 자신을 재정비할 시간도, 벗어날 시간도 없었다. 사는 게 어려운 거지 죽는 건 마음대로 될 줄 알았지만, 웬걸 아니었다. 이미 실컷 살아버린 인생을 환급할 수도 없었다. 마이너스로 가득해서 삶의 의지가 사라진 그 순간에도 내 방식대로 죽겠다는 다짐만큼은 저버리지 않았다. 28p 삶이 나를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삶을 버리는 그 과정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는 말처럼.

 

그러던 어느 날, 건물 잔해 속에서 정신을 잃은 강하고를 근육질의 할머니들이 구해낸다. 자신이 죽은 줄 알았던 강하고는 눈앞의 광경에 ‘저승사자’인가 착각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가 넉 달 전에 죽었고 그 소식을 알리러 왔다가 부서지는 건물 속에 있던 강하고를 구한 것이다. 죽게 내버려두지 왜 데리고 나왔냐는 말에 등짝을 후려치는 강하고 유쾌한 할머니들이었다. 얼떨결에 그 마을에 살게 된 강하고는 믿기 어려운 일들을 마주한다. 처음엔 매일 아침 찾아오는 건강한 할머니들을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삶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94p 남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힘을 펼치는 것. 그게 우리 마을다운 일이거든. 이라는 할머니들의 삶의 방식을 배운다. 세상이 정해준 늙음의 틀을 부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강인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때론,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삶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 같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완전히 무너질 수 없게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들’이 하고를 단단히 붙잡아주었다. 그렇게 만나다방을 운영하고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차 요리법과 각자의 사연이 담겨 있어 더 현실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162p ‘앞으론 달게 살아. 아까도 말했잖아. 온통 쓴 것만 삼키는 인생이 기다린다고 달콤해져? 쓴 건 콱 뱉고 얼른 단 걸 집어삼켜야지. 그래야 인생도 끈적해지지. 꼭 달고나 녹은 것처럼 놓고 싶어지지 않는다고’ 누군가는 이상하다 할지 몰라도 작품 속 할머니들처럼 강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끈적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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