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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기분, 한문학자가 빚어낸 한 글자 마음사전 기분을 정확한 언어로 불러낼 수 있을 때, 우리는 조금 덜 외로워진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한자의 세계 안에 머물며, 한자라는 문자가 지닌 결을 닮은 언어로 사고하고 느끼며 말한다. 여러 방향으로 뻗은 획들이 반듯한 네모 안에 모여 긴 의미를 함축하는 한자처럼, 그의 문장 역시 복잡한 감정을 단정한 형태로 담아낸다. 한자가 짓는 표정의 기분을 따라 읽다 보면, 설명하지 못해 묻어두었던 마음의 한 구석이 소환되고, 그동안 듣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가 또렷해진다.한자는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문자다.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살아온 서사가 하나의 글자 안에 응집되어 있다. 이유 없이 아득한 기분이 밀려올 때 한자 사전을 펼치면, 반드시 어떤 글자 하나는 지금의 나를 언어화해준다. 때로는 .. 2026. 1. 26.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인권은 더 나은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다. 때로는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일상과 맞닿아 있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권리와 법적 보호 장치들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려 했던 집요한 기록과 현장에서 몸을 던진 이들의 치열한 노력이 쌓여 비로소 제도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박래군의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는 바로 그 자리에서 흘린 사람들의 눈물을 기록하며 우리 사회가 잃어버렸던 온기를 다시 느끼게 만든다.저자는 자신의 삶을 포함하여 역사 속에서 국가 권력이 법과 제도를 악용하며 개인의 삶을 파괴했던 순간들을 소환한다. 공권력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었고 그 폭력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 2026. 1. 23.
[책 리뷰] 마지막 방화 표지부터 눈길을 끈다. 노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독특하고 감각적인 색 조화와 중간에 그려져 있는 절취선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게 만든다. 뜯는 곳을 따라 종이를 뜯어내면 그 속에 숨겨진 주인공의 진짜 내면이나 감춰진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것 같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노란색 인물과 그 뒤의 검은 그림자(또는 타버린 형상) 사이를 가로지르는 절취선이 정상적인 일상과 파괴적인 충동 사이의 위태로운 경계를 드러내고 있다. 독자가 직접 표지를 '뜯는' 행위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소설 속 방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옴니버스 형식의 추리소설이면서 성장 소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기묘한 조합은 각 사건의 단서를 발견했느냐면서 사건마다 조금씩 절취선을 뜯듯 주인공의 내면을 드러내는 모습.. 2026. 1. 22.
[동화책 추천] 유리창을 넘은 새 숲은 서서히 좁아지고, 그 자리에 고층 건물들이 하나둘 들어선다. 유리새의 둥지는 조금씩 숲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자리에서 유리새는 살아간다. 이 동화의 시작은 인간의 일방적인 도시 확장에서 비롯되지만,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 질문 하나를 남긴다. 우리는 과연 ‘공존’이라는 말을 얼마나 가볍게 사용해 왔을까.공존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 앞에서는 그 말을 쉽게 꺼내기 어렵다. 여기서 공존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누군가를 밀어낸 뒤에야 내미는 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유리새는 숲이 사라지는 동안 끊임없이 외곽으로 밀려났고, 다른 새들이 떠나는 사이 홀로 남았다.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둥지.. 2026.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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