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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시간을 건너는 집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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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인생을 뒤바꿀 단 한 번의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문을 열어보고 싶은가. 김하연 작가의 장편소설 <시간을 건너는 집>은 바로 이러한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한다. 개정판으로 다시 돌아와 독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따뜻한 울림을 건넨다.

 

하얀 운동화는 선택받은 아이들에게만 주어지고, 시간의 집은 하얀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에게만 보인다. 네 명이 모여야만 시작된다는 이야기에 궁금증이 더해간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다면 과거, 현재,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세 개의 문을 통해 소망이 이루어준다는 말에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나선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법 같은 공간인 '시간의 집'은, 실은 상처 입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마주하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는 성장의 공간이 된다. 그저 소망을 이루려는 공간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된다.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있던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게 된 것이다.  소망했던 결과와 다른 현실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성숙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으로 시선을 확장시킨다. 촉법소년 문제와 일반적인 청소년의 범죄는 엄연히 다르지만,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그에 대한 미흡한 대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분리하지 않고 문제를 덮으려는 학교나 주변의 태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가해자에게는 제대로 된 반성의 기회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학교의 모습은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축소판처럼 느껴져 씁쓸함을 남긴다. 어른들의 방관, 책임 회피, 그리고 잘못된 교육관은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꼭 알아두어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을 보호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교육하고 이끌어주는 데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다.

 

비록 현실은 소설처럼 판타지적인 요소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작가가 141페이지를 통해 "고된 삶의 여정 속에서도 삶의 길을 걷다 보면 손을 잡고 함께 온기를 나눌 사람들을 분명히 만나게 될 거야"라는 메시지처럼 희망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개정판을 통해 다시 찾아온 이 따뜻한 이야기가 청소년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어른들에게는 그들의 성장에 대한 책임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어줄 것이다. 아이들은 비록 소망했던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겪고 소중한 인연들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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