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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회 문화 예술

[책 리뷰] 베테랑의 몸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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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불안하고 다양한 고민이 드러나는 요즘,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무작정 펼쳐봤다. 직업에 의한 고충도 물론 있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베테랑의 몸을 글과 사진을 통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균형을 잡는 몸 / 관계 맺는 몸 / 말하는 몸으로 크게 나누어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13인의 베테랑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 <베테랑의 몸>이다. 기록을 모두 담을 수는 없겠지만 몸의 흔적은 담아낼 수 있으니, 베테랑의 몸은 어떤 흔적으로 다듬어져 있을지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균형 잡는 몸

세공사 김세모
“저희는 손 떨면 안 되거든요”
인터뷰 후기: 그는 어떤 속도로 일을 해왔나

조리사 하영숙
“배에 힘 딱 주고 들어야지”
인터뷰 후기: 살림은 기획이다

로프공 김영탁
“선수들은 옥상에서 표정이 달라요”
인터뷰 후기: 목숨이 하나임을 제대로 알기까지

어부 박명순·염순애
“몸에 배 가지고 괜찮아요”
인터뷰 후기: 가판 위에서 마음이 복잡했던 것은

2부. 관계 맺는 몸

조산사 김수진
“산모가 출산의 주체가 되도록 이끌죠”
인터뷰 후기: 생명과 존중에 대하여

안마사 최금숙
“내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하는구나”
인터뷰 후기: 손상된 몸과 어떤 환상들

마필관리사 성상현
“말을 타려면 가벼워야 해요”
인터뷰 후기: 수단과 관계, 그 사이

세신사 조윤주
“손바닥으로 기운이 전해지잖아요”
인터뷰 후기: 목욕탕이라는 공간

3부. 말하는 몸

수어통역사 장진석
“표정만으로 다른 말이 되는 거죠”
인터뷰 후기: 그 편리와 효율은 누가 정한 걸까

일러스트레이터·전시기획자 전포롱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인터뷰 후기: “너 좋아하는 일 하잖아”라는 말 뒤에

배우 황은후
“연기하는 대상과 만나기 좋은 터가 되도록”
인터뷰 후기: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이야기

식자공 권용국
“아무거나 줘도 다 합니다”
인터뷰 후기: 그는 존재하고 있다

 

상세 이미지

 

책 후기

 

의미를 잃어가고 서로를 헐뜯기 바빴던 혐오의 흔적들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노동이라는 단어에 집중한다. 베테랑이란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일컫는다. 어떤 직업은 생소하게 느껴져서 인터뷰를 통해 더욱 자세하게 그들의 일과 흔적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버텨낸 베테랑의 몸으로 이 세상은 돌아간다. 하나의 잣대로만 보았던 넓은 세상을 이제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누군가 의미를 잃게 만든다면 내 안에서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우리는 모두 노동을 통해 삶을 살아가고 돈벌이 수단처럼 여겨져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걸까.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에 보이는 자부심은 그들의 몸을 통해 드러나고 있었다. 그들의 긍지는 몸의 변형을 통해 닳아버린 몸이 결함이 아닌 훈장으로 변화한다. 그들은 바로 베테랑이었다.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스스로 단련하여 일의 흔적마저 자신이 된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만큼의 기술과 경험을 가지려면 얼만큼 더 열심히 단련 해야 할까.

 

이 세상에는 무의미한 일이란 건 없다. 많은 것들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의 몸을 통해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때론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들의 뒤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꾸준히 쌓아온 흔적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대단함을 안고 있는 베테랑의 몸이었다. 가장 주변에서 잘 볼 수 있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떻게 베테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는가. 베테랑이란 무엇인가? 정해진 대답이 없는 만큼 저마다 다른 답안을 내놓는다. 그들만의 고귀함과 노력의 흔적이 그 대답을 같이 대한다. 그들의 신념만큼이나 몸의 흔적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새삼 그들을 존경하게 된다.

 

인상 깊은 문장

P181 노동하여 닳아버리는 몸을 지닌 인간과 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공존한다. 그 공존이 조화로워지려면 무엇이 변화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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