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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회 문화 예술

[책 리뷰]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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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해 일을 하지만 어느덧 일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죽음을 마주하다 보면 말로는 다 하지 못할 감정들이 피어오른다. 문명, 기술을 비롯한 모든 게 발전했음에도 왜 산재는 끊이지 않는 것이며, 왜 사람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걸까.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남기는 책이다.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그러한 방식을 통해 그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산재가 사라진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산재는 더 이상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아니어야 한다.

 

 

목차

프롤로그‐일터에서 사람이 죽는 이유

1. 부둣가에서 스러진 ‘삶의 희망’: 평택항 이선호 씨 사고
지가 내를 용서는 해 줄란지
‘자는 듯이 엎드린’ 아들의 모습
내가 사랑했던 동생
아들 잃은 아버지, 외치다
보름, 죽음이 알려지는 데 필요했던 시간
이선호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들
아쉬운 판결 뒤에 남은 가능성

2. 위험이 재난이 되는 순간: 산재의 구조적 원인들
산재는 누군가의 ‘실수’가 아니다
유형 1-작업방식이 안전수칙과 충돌할 때
유형 2-위험에 관한 소통이 부족할 때
유형 3-돈과 시간이 부족할 때
유형 4-안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때
유형 5-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할 때
‘노동자 과실’이라는 말
부록-“어이없는 죽음이 전쟁터처럼 만들어진다”: 김미숙 씨 의견서(김용균 씨 사고)

3. 은폐하거나 외면받거나 혹은 실패하거나: 산재를 둘러싼 소통의 부재
산재 위험은 왜 숨겨지나
기업, 속속들이 알고 싶지 않은
정부 기관, 예방과 처벌이 혼재된
노조,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언론, 깊이 탐색하기보다 단신 보도에 바빴던
눈물로 진실을 밝힌 사람들
부록-‘남편, 살아만 있어 줘’…이루어지지 않은 부탁: 김영희 씨 의견서(정순규 씨 사고)

4. 공장 안 사고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때: 산재를 더 깊이 이해하는 방법
처벌을 넘어 사회적 기억으로
산재는 서사의 싸움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녹인 빙하
산재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1: 재해조사의견서
산재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2: 법원 판결문
‘사람 많이 죽는 기업’ 공개합시다
어두운 소통 구조는 누구에게 유리한가
더 많은 ‘왜’를 물어야 한다

에필로그‐이름 없는 죽음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찾아보기(이 책에 언급된 산재사건)
주석

 

상세 이미지

 

 

책 후기

 

 

죽음이 지나간 거리에는 슬픔과 절망이 남은 흔적만이 자욱하다.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를 비롯한 가족, 친구, 주변에서 일어나면 그 감정들은 더욱 깊어진다. 산재는 피해야 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노동자의 부주의한 실수에 불과한 사고가 아닌 구조적 문제에 의한 사고이다. 생산의 효율이 우선되는 회사에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노동자의 안전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더욱 억울하게 남았다. 또한, 남은 이들은 같은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같았다. 언제쯤이면 모든 사람이 무사히 퇴근할 수 있을까.

 

단순한 문제로 접근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노동자의 의식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안전에 대한 대비 미흡과 책임에 대한 방향 부재는 끊임없는 산업 재해 사고를 일으킨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고 해결되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만 반복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 절차를 무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은 그 모든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곤 한다. 안전 수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생산 과정 자체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는 법과 제도를 제대로 정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잘 집행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고 기업은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여 노동자가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작업하여 산업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산재를 유발하는 요건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기업의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효율을 선택하고 그중에 하청과 비용 절감과 같은 방식을 택한다. 그에 따라 작업은 시기를 맞추기 위해 신속하게 일을 진행하고 안전 절차를 무시하는 과정을 거쳐 산재의 위험을 높인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사고 예방을 위해 선제적 투자를 하기보다는 사고가 난 후 사후 조치를 하는 편이 더 싸다는 판단이 일어날 수 있는 제도의 빈틈이 끊임없는 산재를 발생시킨다. 재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안전한 일터 조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단기적으로는 미비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이러한 정책을 잘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는 감시뿐만 아니라 지속성 있고 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름 모를 사람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일은 어떠한 중대성을 지니고 있을까.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언론에 있어서 심층적인 보도를 할 수 있게 만들고 정치인에게는 법과 제도를 정비할 수 있게 만든다. 끊임없는 사고와 바뀌지 않는 현실에 지치지 말고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궁금해야 한다. 언제든지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이 사회의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름 모를 사람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일은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데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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