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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회 문화 예술

[책 리뷰]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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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자신의 손으로 해내면서 나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의 노동환경이 나아질 수 있도록 그들은 끊임없이 투쟁하기로 했다. 끝나지 않을 투쟁은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은 대한민국에 감춰져 있던 불안정 노동 현실을 고발한다.

 

 목차

추천의 글
‘출구는 싸우는 사람들의 말과 내력과 기록 속에 있다’ | 최현숙
들어가는 글 | 기선

1장 우리는 업그레이드 된 ‘아줌마’ ---- 구술, 서순분·서범주 | 글, 슬기
안전하지 않은 일터를 바꿔가는 자매의 기록
outro. ‘아줌마들에게 좋은 일자리’라는 말에 감춰진 여성노동의 현실

2장 우리가 왜 못 싸울 거라고 생각하나요? ---- 구술, 이진희 | 글, 희정
남편 없는 여자들이 아닌 ‘잘 싸우는 여자들’
outro. ‘부재’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배우자가 아닌 노동을 지켜줄 법과 제도

3장 제대로 된 ‘나의 일’을 위해 ---- 구술, 정은자 | 글, 랑희
경력단절과 해고 이후 내 삶을 찾는 싸움
outro. 톨게이트엔 왜 여성노동자가 많을까?

4장 “겁 없는 여자들” ---- 구술, 이은자 | 글, 희정
투쟁의 현장에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싸우기
outro. 차별을 조장하는 일터일수록 성희롱 피해는 더 많이 발생한다

5장 장애인을 위한 제도에 장애인이 없다 ---- 구술, 강미진 | 글, 타리
장애인 고용장려금 정책이 만든 연쇄적 고용 불안
outro. 모래사장에서 찾은 바늘 지키기

6장 고분고분한 복지카드가 될 수는 없죠 ---- 구술, 박정숙(가명) | 글, 타리
장애를 가진 임금노동자로서 투쟁으로 그리는 미래
outro. 가족들이 다 알지 못하는 시간

7장 북에서 온 나도 직고를 선택했는데 ---- 구술, 이명심(가명) | 글, 슬기
북한이탈주민, 교체 인력, 이방인으로서 투쟁하고 연대하기
outro. 북한이탈주민 고용지원금이 고려하지 못한 것

8장 17년, 길지도 지겹지도 않았어요 ---- 구술, 백해정 | 글, 이호연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정년퇴직까지 멈추지 않은 투쟁
outro. 취약한 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세계

9장 토 다는 사람이 많아져야 사회가 바뀐다고 생각해요 ---- 구술, 최교일(가명) | 글, 이호연
자부심과 소외감 사이에서, 젊은 노동자가 바라본 톨게이트 노동
outro. 단지 삶의 가능성을 열고 싶은 간절한 마음

10장 우리의 투쟁이 부당한가요? ---- 구술, 김경남 | 글, 랑희
고공농성 최후의 3인, 투쟁의 경험이 준 확신과 용기
outro 톨게이트 노동 정규직화를 바라보는 부당한 시선들

11장 누구 하나 남기고 간다고요? 어림도 없지 ---- 구술, 도명화 | 글, 기선
한국도로공사 역사 첫 파업, 투쟁과 자리의 무게
outro. 대체 가능한 존재에서 존엄과 평등의 구체적 얼굴로


상세 이미지


책 후기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여러 가지 논란과 분쟁을 남기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 노동의 불안정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한 지금의 시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까. 돈과 기업 그리고 노동자 사이의 간극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완전한 승리, 쟁취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그날처럼 여전히 생생했다.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면서 노동자 처우 개선이 아닌 정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곤 이들을 “떼쓰면 다 해주는 나라, 공정•공평이 무너진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톨게이트 불법 파견으로 인한 정규직 전환 요구는 그 자체로 정당했기 때문에 이 문장과는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었다. 언론은 부정적 인식을 심었고 여론은 그에 동조했다. 전적으로 회사의 잘못이었고 누군가의 것을 뺏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부당함이 당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문제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만 편견에 의해 판단되고 만다.

회사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고 끝없이 투쟁하던 노동자들은 법원의 판결 이후, 정규직 전환에 성공하지만,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은 기존의 요금 수납 업무가 아닌 화장실 청소, 풀 뽑기, 담배꽁초 줍기와 같은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다른 직무로 전환이 아닌 일종의 보복과도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정규직의 시선과도 맞서야 했고 일자리를 빼앗는 듯한 기분도 느껴야 했다. 복귀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열악한 처우는 또다시 자신을 위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기사로만 접했던 사건을 당사자들의 구술 방식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법원의 판결 후 후속기사가 전해지지 않아서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책을 통해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투쟁을 마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이 투쟁을 계기로 순응하고 받아들이던 기존과는 다르게 끝없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내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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