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과 맛집이라는 이질적인 단어와 낯선 주제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경성 맛집 산책>은 박현수 작가의 신작이다. 경성의 맛집을 ‘산책’하며 그때의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 그 당시에 일제강점기의 치하에 있었던 식민지가 배경이었기 때문에 현시대에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담아냈다. 서양 음식점부터 시작하여 그때 당시, 경성의 번화가에 열린 가게들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경성 곳곳에 자리 잡은 맛집과 식민지의 그늘 대비는 그 맛들이 더욱 씁쓸하게 맴돈다.
목차
1부 본정
1장 조선 최초의 서양요리점, 청목당
1. 경성의 핫플레이스
2. 신비로운 청목당의 명물들
전긔불 술잔과 나사못 모양의 칭칭대 / 따로 마련된 휴게실과 클럭룸
3. 이상야릇한 음식을 맛보다
오렌지 술 퀴라소로 대작을 벌이다 / 고급스러운 혹은 사치스러운 메뉴들
4. 마침내 조선에 상륙한 ‘양식’
더 읽을거리: 청목당이 새롭게 개장했습니다
2장 화목한 가족의 나들이 명소, 미쓰코시백화점 식당
1. 본정 백화점의 왕좌
2. 세련된 신문물을 마주하다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또 하나의 명물 엘리베이터 / 멜론과 아이스크림 플로트
3. 글쎄, 나는 ‘런치’를 먹지
백화점 식당의 대표 메뉴 / 미쓰코시백화점의 단골 손님들
4. 백화점에 드리운 식민지의 그늘
근대식 백화점이 탄생하다 / 일본인을 위한 출장소였던
더 읽을거리: 미쓰코시백화점의 흔적을 더듬다
3장 경성 제일의 일본요리옥, 화월
1. 사랑을 속살거리기 좋은 밤에는
2. 아취 있는 연회와 유흥의 공간
옥상, 이랏샤이마세! / 후원과 연결된 고즈넉한 팔조방
3. 덴푸라로 가장 연조 깊은 집
입에 짝짝 붙는 정종과 계절메뉴 / 담백하고 간드러진 요리상
4. 밀실 정치 혹은 향락의 온상
더 읽을거리: 경성의 이름난 일본요리옥
4장 본정에서 남국의 파도소리를, 가네보 프루츠팔러
1. ‘혼부라’의 필수 코스
2. 모던보이와 모던걸을 유혹하다
커피는 이 집이 아마 경성서는 제일 조흘 걸요 / 식민지 시대의 SNS, 메신저
3. 향기롭고 이국적인 과일 디저트 카페
모래 위의 비치파라솔 / 잊을 수 없는 과일 디저트의 맛
4. 달콤함 속 감춰진 가네보의 이면
더 읽을거리: 가네보 서비스스테이션과 메신저
2부 종로
5장 경성 유일의 정갈한 조선음식점, 화신백화점 식당
1. 조선인이 경영한 최초의 백화점
2. 화신백화점의 비범한 위용
종로를 덮는 초콜릿 빛깔의 그림자 / 세련됨과 차가움이 뒤섞인 낯선 공간
3. 고상한 조선요리의 맛
식권을 샀다면서 또 뭘 골라요? / 온종일 줄을 서서 먹은 ‘조선런치’
4. 조선인을 위한? 혹은 조선인 손님을 끌기 위한?
화신상회에서 화신백화점으로 / 남촌의 백화점들과 다르지 않은 시스템
더 읽을거리: 화신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의 경품 경쟁
6장 김두한의 단골 설렁탕집, 이문식당
1. 지금도 정상 영업 중!
2. 식민지 조선인들의 소울 푸드
누린내조차 매력적이었던 / 저렴한 가격에 소고기를 맛보다
3. 불결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좁은 식탁에 낮은 의자 / 파리가 날리는 쓰레기통 같은 내부
4. 설렁탕의 기원, 신성하거나 천하거나
더 읽을거리: 설렁탕의 두 얼굴
7장 평양냉면에 필적하는 경성냉면, 동양루
1. 논쟁 많은 음식, 냉면
2. 경성 곳곳에 휘날리던 갈개발
조선인들의 또 다른 소울 푸드 / 종로 3정목의 랜드마크, 동양루
3. 식민지의 삶, 그 무게가 아로새겨진
저육과 배쪽, 노란 겨자를 듬뿍 얹은 / 식판을 메고 경성을 누비던 자전거들
4. 김칫국물에서 장국으로, 국수에서 냉면으로
더 읽을거리: 군침 도는 냉면의 변천사
3부 장곡천정과 황금정
8장 와인빛으로 장식된 동화의 세계, 조선호텔 식당
1. 조선에서 가장 호화로운 식당
2. 제 아무리 백만장자의 외아들이라도
방값만 하루에 12원이라니 / ‘선룸’에서 양코배기들과 식사를
3. 정통 프랑스식 코스 요리를 선보이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산진해미로 가득한 식탁 / 조선호텔 식당의 자랑, ‘정식’
4. 조선호텔의 빛과 어둠
정통 서양요리와 화양절충의 음식 / 철도호텔과 장곡천정이라는 지명
더 읽을거리: 로즈가든 대개장
9장 고달픈 예술가들의 소일터, 낙랑파라
1. 일반 다방과는 ‘무언가’ 다른
2. 사무적 소속 없는 이들의 아지트
기다렸다는 것처럼 나를 맞아줄지도 / 이상이 남긴 낙서와 커피의 향기
3. 볼가의 노래를 들으며 뜨거운 우유를
이상이 그린 낙랑파라의 메뉴들 / 커피값, 담배값 그리고 모임들
4. ‘낙랑파라’라는 이름의 그늘
더 읽을거리: 예술가들이 모이는 이국적인 끽다점
10장 고급 승용차가 즐비했던 중화요리점, 아서원
1. 조선공산당의 창립총회가 열린 곳
2. 역사적 격변 속에서도 번창하다
독립된 방에서 오리알과 황주를 / 아서원의 주방에서 일하는 영예
3. 라조기, 양장피, 잡채, 그리고 맥주!
마라탕, 양꼬치, 훠궈는 없지만 / 나무 식함을 든 배달부
4. 대표 메뉴는 우동과 덴푸라
더 읽을거리: 동파육과 팔보채를 만들어보자
상세 이미지
책 후기
경성의 맛집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펼쳐본 책<경성 맛집 산책>은 경성의 대표적인 음식점 10곳을 탐구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통을 유지하는 음식점도 있었지만 주로 일식이나 양식을 중심이었고 주요 고객층은 너무 당연하게도 일본이었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왔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지만 식민지의 조선인들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이 기묘한 감정은 그때 당시의 시대상과 대비되는 상황이 가져오는 참담함으로 인한 것인가보다. 자연스럽지 않은 신문물과 모든 과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경성에 자리 잡은 것들이 많았음에도 ‘우리의 것’을 유지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소설에 나오는 장면과 실제 사진을 통해 상세 내용을 더욱 자세히 마주할 수 있는 책의 구성이 깔끔하다고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가면 있을 것 같은 생생함이 특징적이다. 또한, 경성의 역사와 함께 같이 변화하는 음식들의 모습과 가격이 변동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화려한 모습과 대비되는 일반 서민들의 모습이 과연 같을 수 있을지도 느껴볼 수 있었다. 경성 맛집 산책을 통해 그때 당시 줄 설 만큼의 ‘맛집’을 알아볼 수 있었고 정말 그 맛을 경험해 보고 싶어졌다. 이 책에 나왔던 소설들을 기억해 뒀다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부단히 외면하려 했던 식민지 시대의 것들을 마주하며 그때 당시의 그늘을 마주할 수 있었다. 역사와 함께 다뤄져야 할 내용이지만 그 상황에 젖어 들게 되면 객관적으로 보아야 할 것들을 놓치기도 하니 식민지 경험보다 경성 맛집을 중점으로 두는 서술을 택했다. 무엇보다 그때 당시의 문화를 통해 식민지 시대를 살아갔던 조선인들의 모습을 살펴보려는 ‘연구’라는 점이 인상 깊다. 시대의 흐름마다 달라지는 음식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다 더 멀게 느껴졌던 그때의 이야기가 가까워지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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