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코흐의 장편소설 <더 디너>는 평범한 가정에 닥쳐온 어떤 사건의 파장을 그린 이야기이다. 오렌 무버맨 감독의 영화 <더 디너>의 원작으로 한국에서는 허진호 감독의 신작 영화 <보통의 가족>로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해당 영화는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된 작품으로 김희애, 설경구, 장동건, 수현 배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책을 먼저 감상해 보면 더욱 깊은 감정을 마주할 수 있다.
북트레일러
책 후기
삶과 신념이 다른 두 형제는 그 간격만큼이나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책의 시점은 전적으로 동생의 관점에서 시작되며 그의 평소 가치관 또한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피해의식과 분노장애의 모습을 통해 과연 그가 말하는 것들이 과연 진실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객관적인 관점으로 도저히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가 말하는 것들에 자신을 맞추며 그 모습에 심취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에게 중요한 판단을 내리게 한다면 그는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모든 것이 결정되는 밤이었다. 평소와 비슷한 저녁 식사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속내가 담겨 있는 저녁 자리였다. 보통의 저녁 식사는 평화롭기 마련인데, 두 형제는 저녁 식사 때마다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이것 또한 철저히 동생의 시선이기 때문에 형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 여하튼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의미 없는 말을 나누던 네 사람은 서로의 아이가 노숙자를 죽이게 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처리를 하면 좋을지 본격적으로 의논하기 시작한다. 자식의 잘못을 밝힐지, 아니면 자식의 잘못을 감출 것인지 명확하게 대립하며 그들의 갈등은 심화된다. 부모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우연한 장난이 범죄로 이어진 상황은 과연 우연함으로 끝날 수 있을까. 재미 삼아한 일, 무방비 한 사람에게, 때리고 욕한 일이 그저 우연한 장난에 불과한 게 맞는지에 대한 생각은 '사랑'이라는 단어에 모욕적이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이 잘못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고 다시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부모로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떳떳하지 않음은 결코 자신에게 있어서도, 자식에게 있어서도 좋은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방법은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고 선택과 책임은 그 선택한 본인이 지는 것이다. 그들은 편한 방법을 선택했으며 최선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책의 전개 내내 정의와 선에 대해 나열하던 이들이 막상 자신의 가정에 일이 닥쳤을 때, 하는 행동의 변화를 잘 드러낸 책이었다. 특히 도덕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결국 자신들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외쳤던 선에 대한 기준은 사실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거짓말을 덮기 위해 다시 거짓말을 이용하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게 된다. 아마 그들이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한 일들은 다시 부메랑처럼 돌아와 발목을 잡겠지만 그들은 사랑이라 믿고 있으며 그렇게 행동했다. 맹목적인 보호가 진정한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정말 맞을까?
단숨에 읽힌다. 결말이 예상되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엄청나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저녁 식사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담아내어 심리 스릴러로서 큰 몰입도를 이끌어낸다. 상당히 긴 분량이지만 책의 전개를 나열하면서도 본질의 주제를 잃지 않으며 과거의 이야기 또한 마무리하는 방식이 흥미롭게 여겨졌다. 특히, 타인의 이야기라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족의 모습으로 투영하여 담아내었다는 게 주목할만한 점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위선을 드러내는 표현 방식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반대로 이들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면 책은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해졌다.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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