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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 드라마 원작 소설

[책 리뷰] 트렁크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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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 작가의 두 번째 성인 소설인 <트렁크>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이토록 잔혹한 폭력으로 수놓은 책이다. 김려령 작가를 <우아한 거짓말>, <완득이>와 같은 청소년 소설이 먼저 떠오르는데, 2015년에 출간된 작품 <트렁크>는 이때까지의 모습과는 좀 다르게 그려졌다. <트렁크>는 정유미, 공유 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공개 예정이라고 해서 감상하기 전에 먼저 원작 소설을 살펴보기로 했다. 원작 소설은 상당한 수위가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각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책 후기

 

주인공인 노인지는 결혼정보회사 웨딩 라이프의 비밀 자회사인 NM에서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VIP 팀에서 결혼을 원하는 남자와 일정 기간 계약 결혼을 하여 기간제 와이프가 되어주는 일을 맡고 있다. 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직원 보호를 위해 가정폭력 보호 서비스로 비상시에는 NM 구조대가 출동하여 FW팀을 구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불한 만큼 누릴 수 있는 서비스의 일환이기 때문에 여러 장치가 필요했고 직원들이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계약기간만큼 성실한 결혼 생활을 하고 나면 또 다른 결혼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결혼은 하기 싫지만 결혼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부분을 더욱 가볍게 체험하기 위해 결혼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명목상으로는 결혼제도에 대한 유용성을 지향하지만 결국에는 책임지지 않아도 될 육체적인 관계를 맺으며 쾌락을 향유한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가벼움과 묵직한 사이를 오가는 계약 결혼의 형태는 뭔가 모호하게 그려졌다. 사적으로 이뤄졌지만, 계약으로 이루어진 관계였기 때문에 더욱 가볍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영화를 보고 평가를 남기는 것처럼 결혼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는 모습이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의미 없는 관계 속에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트렁크 속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채울 수 없을 정도의 허무함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트렁크를 풀고 감고 하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는데, 결국에는 남는 것이 없는 무의미함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잇따른 불행의 질척임도, 자신이 선택한 불행도, 이 결말의 끝도. 결혼 생활에 대한 재해석을 기대했는데, 보이는 건 일회성 쾌락의 모습이라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신뢰와 책임을 바탕으로 형성될 수 있는 관계가 계약이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성매매와 다를 바 없는 이 관계를 합리화하는 과정이 불편하게 여겨졌다. 또한, 결말도 허무했고 이야기의 끝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더욱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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