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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 드라마 원작 소설

[책 리뷰] 가정 교사들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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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세르 작가의 첫 장편소설 <가정 교사들>은 오스퇴르 부부의 네 아이들을 돌보는 가정교사 엘레오노르, 로라, 아네스의 이야기이다. 새롭고 독특한 표현을 통해서 혼란스럽고 난해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아름다운 예술성이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여성의 욕망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탤벗 감독이 연출하고 정호연 릴리로즈 뎁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해 더욱 기대를 주고 있다.

 

 

상세 이미지

 

 

책 후기

 

여성의 욕망과 그에 따른 자유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조심스럽고 섬세한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여성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어디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욕망으로 점철된 그 감정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일들은 모두의 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욕망의 시초가 돋보인다. 외부의 것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 들어온 무언가를 삼키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이 아닌 호기심이 불러오는 사냥은 어떤 욕망보다도 더 매혹적이었다. 나갈 수 없으니, 안으로 들이며 채울수록 허전해지는 것들 속에서 그들의 울타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로 존재했다. 그 시대를 반영하는 반면, 그들의 욕망을 해방하는 방식으로 반전을 꾀한다. 여성의 욕망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규범에 의해 억압되어 감춰야 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것 뿐이다. 책 <가정교사들>을 통해 여성의 욕망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여 여성의 욕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사회적 규범에 의해 억압받는 모습을 비판함으로서 여성의 욕망에 대한 자유를 옹호한다.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관음을 통해 그들의 세상을 지배하기 위함이 아닌 전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다. 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또 다른 불꽃은 어떤 의도와 관계없이 구속되지 않고 그들의 욕망을 마음껏 드러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욕망을 실현하며 낯선 것에 대한 감정은 혼란스러움으로 흘러간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혹은 거짓이 섞인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과거라는 시간과 그때 당시의 수동적인 여성상의 발현이 사실 모든 게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해 불안해졌다. 철저한 이방인인 타인과의 교류를 통한 일들이 의도된 것이라면 굳어져 버린 계급에 대한 대항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욕망을 분출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현실적인 표현이 와닿는 구간이 있었는데, 바로 오스퇴르 부부와 관음하는 노인을 통해서 였다. 현재의 위치 때문에 과거의 존재를 잃게 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 욕구를 표출하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계급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부분이기도 했고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주체성이 드러나는 게 타인에 의해서라는 사실이 씁쓸하게 여겨졌다. 아마 자신의 모습에서 다른 형체로 바뀌게 된 것도 더이상은 어떤 생각에 의해 행동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것도 같다.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적 규범과는 거리가 먼 그들의 모습은 시대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느껴지게끔 만듦과 동시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욕망이 담겨 있다기보다 본인은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흥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시적인 사랑의 감정은 지속되지 못했고 그 감정은 부부 사이에 사라져 버린 사랑의 감정과 다를 것이 없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을 불쾌하면서도 철저히 시선에 지배되는 사람들의 본능을 표현한 방식이 인상 깊었다. 끊임없이 그들이 시선에 지배되어 그 행동을 한 것처럼 그 시선이 거둬지자 사라지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읽는 시선에 따라 달라진 그들의 욕망을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상당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 다양함을 표현하는 작품인만큼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37~38p
그들은 그를 사랑하게 되리라. 그가 안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들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를 증오하게 되리라. 그를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그들은 그를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감미로운 말과 다정한 눈길 뒤에는 혹여 너무 늦는다면 그를 산산조각 내버릴 준비가 된 분별 잃은 성난 님프들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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