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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 드라마 원작 소설

[책 리뷰] 한 남자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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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한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 소설 원작 <한 남자>를 통해 영화화된 영화 <한 남자>가 8월 30일에 개봉했다. 요즘 영화가 개봉하면 원작 소설을 찾게 되는데, 이번 영화에도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돼서 바로 소설 <한 남자>를 읽게 되었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를 비교해 읽으면서 더욱 재미있게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섬세한 감정을 소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해당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라면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목차

 

한 남자

주석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_ 공감하는 사람의 연쇄가 필요하다

 

책 리뷰

 

 

누군가의 거짓말에 의해 드러나는 이야기는 우연한 만남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 기묘하고 딱한 사건은 사랑받아 마땅한 리에의 남편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며 더욱 안타까웠다. 주변 사람의 기대를 한껏 받았던 그녀가 함께했던 첫 번째 남자는 불행과 함께 찾아온 슬픔으로 가득했고 그렇게 좋지 않은 마무리로 끝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남자였던 다니구치 다이스케는 성실하고 뛰어났던 만큼 모두가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칭했다. 안타까운 사고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진 그는 다니구치 다이스케였으며 우연히 이곳에 와 정착한 사람이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연속으로 떠나보내며 슬픔에 빠졌지만, 일상을 살아간다. 문구점을 운영하던 리에는 이곳과는 거리가 먼 낯선 청년을 마주하게 된다. 한 달에 한 번마다 미술용품을 사러 오는 그 청년의 그림을 보게 되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가족이 된다. 매일매일 행복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운명의 장난은 다이스케를 죽음이라는 비극에 끌어들인다.

 

누구에게도 자신이 죽었다고 이야기하지 말라는 부탁에 1주기는 넘겼지만 더 이상 죽음에 대해 비밀로 할 수 없었던 리에는 묫자리를 정하는 일로 남편의 형과 연락한다. 다이스케의 형인 쿄이치는 눈앞에 죽은 남편의 사진을 보며 이 사람은 자기 동생이 아니라고 말하는 탓에 당황스러움은 황당한 감정으로 바뀐다. 자기 남편이 아니게 된 다이스케는, 내가 사랑한 사람은, 어떤 이름으로도 부를 수 없는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 걸까. 그렇게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리에는 변호사 키도에게 신원 조사를 부탁하고 시점은 리에에서 켜도록 넘어간다. 더 이상 다이스케라고 부를 수 없는 X와 다이스케는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이며 범죄에 관련된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순식간에 없는 사람이 되면서 리에는 남편을 잃었고 아이들은 아버지를 잃었다. 이 가여운 여자에게 겨우 가족이 생겼는데, X라는 사람마저 이상한 사람이 아니길 바라며 추적한다. 일상에 마저 스며드는 X에 대한 이야기는 기존에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와 맞닿아서 해결하고 나면 끊임없이 고민했던 자신의 정체성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은 소설과 많은 것이 맞닿아 있다. 사진 속의 그림에서 거울을 바라보는 남자가 있지만 거울에는 얼굴이 아닌 그 사람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모순이기 때문에 어떤 해석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예술적 허용을 통해 숨기고 싶은 것들을 금지된 재현으로 실현하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처럼 영화에서도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거울'을 이용한다. 하지만 뒷모습만 쫓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을 통해 한 남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됨에 따라 '금지된 재현'을 허용하게 되는 과정을 표현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어떤 단어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보통의 기준에서는 당연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한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온전한 자신을 결정하는 혼란에서 정해지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며 앞만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결국엔 뒤를 따르게 되는 걸까.

 

어릴 때부터 너무 당연하게 일본인으로 살았던 키도는 그가 둔했던 것인지 정말 차별이 행해지지 않았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존재를 실감하게 된 건, 일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순간에서였다.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은 더더욱 아니었던 이방인이었던 '재일'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낯설게 느껴질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은 일본인이지만 이방인처럼 소외되는 기분이 이제야 느껴지는 건, 그동안 애써 무시해 왔던 일인지도 몰랐다. 처가 식구들이 농담을 던졌던 어떤 사건 때문인지, X를 알아보면서 느껴진 어떤 기시감 때문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과거는 그만큼 한 사람에게, 한 남자에게 있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며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서 1923년 발생했던 관동대지진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음모론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 또한 너무 뒤늦게 알게 된 것 같다. 소문의 진원지가 처가 식구들이 사는 요코하마에서 일어났다는 것도, 여전히 재일 교포들에게 이어지는 북한, 간첩에 대한 음모론도 여전히 끊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관동대지진 때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구분하기 위해 이용했던 15엔 50전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 2023년 9월 1일은 관동대학살 100주기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회상을 통한 이야기 전개를 이끌어나간다. '한 남자'에 대한 추적에 끝나지 않고 이해와 공감을 통해서 한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쉽게 혐오할 수 있는 존재를 전혀 다른 공간에 옮겨내어 '자발적 실종'과 '재일 교포'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일본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자발적 실종'은 이 소설에서 상당히 큰 작용을 한다. 누군가에겐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그 당연함이 이곳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들에 얽매이는 X와 재일 교포인 키도. 낙인의 정도는 다르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일본의 사회가 얼마나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무라야마 담화 이후의 반발과 역사 수정주의가 끼친 영향에 대해서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이 이제는 자신의 현실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X와 다른 일본인, 그리고 연결된 수많은 사람을 바라보며 어딘가에서 펼치고 싶은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모두가 바라본 한 남자는 이름에 국한되지 않은 선명한 '한 남자'의 모습으로 남아있었고, 그가 그토록 바랐던 새로운 삶을 통해 성실히 살아갔으며 완전한 자신을 찾아가는 노력을 끊임없이 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삶을 선택한 한 남자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기원하게 된다. 그 자리에 남은 어떤 사람도 꼭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길 바랐다.

 

아이들이 아빠처럼 따르고 그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도 행복하길 바랐고 주위 사람들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며 리에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마음을 잊지 않는 모습을 통해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인상 깊은 문장

 

p19 불행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불행이라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기 쉽다. 행복한 사람은 이를테면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불행을 경험했던 사람은 절실한 소망으로서 그렇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할 만큼 엄청난 불행은 아무래도 두 번 세 번 끈질기게 같은 사람을 쫓아다니는 들개 같은 데가 있다.

p31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그는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기술은 물론 제자리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신은? 성장한 것이든 늙어버린 것이든 인간의 나이는 이제 새삼 이런 순수함은 허락해주지 않는 게 아닐까.

p59 현재가 과거의 결과라는 건 사실일 것이다. 즉 현재 누군가 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준 과거 덕분이 다. 유전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른 환경에서 살았다면 그 사람은 전혀 다른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 대해 타인이 얘기하는 것은 그 과거의 모든 것도 아니고. 의도적 이든 아니든 말로 설명된 과거는 과거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이 실제 과거와 다르다면 그 사랑은 뭔가 잘못된 것이 될까? 의도적인 거짓말이었다면 모든 것이 쓸모없는 일이 되는가? 그게 아니 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것인가

p102 죽은 자는 자기 쪽에서는 부를 수 없고 그저 불러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이름이 정확하지 않은 죽은 자는 어느 누구도 불러줄 수 없어서 그만큼 한층 더 깊은 고독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영화 리뷰 링크

 
 

한 남자와 연결되지 않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뒤쫓다.

영화 <한 남자> 리뷰 |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 원작인 영화 <한 남자>는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2023년 8월 30일 개봉한 일본 영화다. 죽은 남편이 사실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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