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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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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무어 작가의 장편소설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은 어떤 언어에 대한 일갈이다. 이 무모건조한 세상의 당연함에 반기를 들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열정을 마주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이 불편하고도 미묘한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깊은 소설이다.


목차


1장~20장

상세이미지


책 후기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삶의 형태는 무엇인가. 살아가는 공간은 다소 무미건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동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삶의 양면성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다. 어떤 열정에 관한 이야기는 다소 사소하지만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는 보편적이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다. 한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1950년,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주디스 헌은 40대의 독신 여성이다. 달라진 상황과 변화에 따른 적응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었다. 외로운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항상 타인에 의해 판단되는 자신과 실제 자신의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거기에서 시작된다. 세상이 바라는 여성상과 자신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주디스가 살아가던 시절은 여성에게 있어서 ‘순종’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나 주디스는 이모의 긴 간병 생활에 제대로 된 직업 기술을 익히지 못했고 똑똑하고 판단력이 좋지만 외모는 형편없었으며 가난했다. 어디 그뿐만인가 그녀의 대화방식은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며  자연스레 고립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세상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하는 그녀의 현실을 마주하다가 안타까움을 비롯한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문득 행동과 말을 마주하니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 “아무도 그녀를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아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뿐이다.” 해당 문구가 이 책의 전부를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외로움과 열정도 있는 그녀에게 당연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주디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에 빠진 이에게 이성적이면서 보편적인 생각과 기준은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사랑에 대한 열정을 쏟았고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이 마음은 꿈처럼 사라져 그 자리를 떠난다. 약간의 변화가 희망을 품게 만들었지만 변하지 않은 현실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외모로서 빛날 수 있는 무기를 가졌지만 쉽게 휘둘릴 수 있는 미약함은 무기로서 작용할 수 없었다. 하나, 남자는 욕망의 행동으로 드러나며 손쉽게 무언가를 취할 수 있었다. 어떤 일은 당해도 자연스레 ‘왜 저항하지 않았나’라는 의문으로서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여성의 욕망은 극히 한정이었으며 사회적 대세를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해 궁리해야 했다. 그래서 주디스 헌의 외로움은 고독으로 이어지며 그 깊은 심연은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어디에도 닿지 않을 사랑이 그럼에도 언젠가 닿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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