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 & 드라마 원작 소설

[책 리뷰] 콘클라베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2. 26.
반응형

2025년 3월 5일 개봉 예정인 영화 <콘클라베>는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고,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음악상, 편집상, 미술상의 후보에 오르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의 경우에는 먼저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이미지를 상상하고 영화를 볼 때 더 재미있는 면이 있기 때문에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기로 했다.
 

 

2022년 10월 19일, 가톨릭 교회의 최고 지도자인 교황이 선종했다. 전 세계의 118명의 추기경을 시스티나 예배당에 모아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회의인 콘클라베를 시작하게 된다. 콘클라베( conclave )는 라틴어로 콘클라비스. 열쇠를 지니다 라는 뜻이다. 13세기부터 교회는 이런 식으로 추기경들이 결정이 내리도록 보안책을 마련했다. 식사와 잠을 제외하고는 추기경들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교황이 선출되기 전까지) 규범대로 3분의 2에 해당하는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해야 하며 (최대 12일 동안 30번 투표) 그래도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다수결로 교황을 선출한다.
   

콘클라베의 유력 후보들은 다음과 같다.


벨리나
그레고리오 대학총장, 밀라노 대주교 역임
진보주의자들의 위대한 지적 희망
로멜리 pick

트랑블레
교황청 사도궁무처장 인류복음화성 장관
(제3세계 후보자격)
미국인처럼 보인다는 이점
(실제 미국인이 당선되는 것은 불가)

아데예미
혁명의 가능성을 신성의 불꽃처럼 품고다님
언론매체의 주목
'최초의 흑인교황' 탄생?

테데스코
베네치아 총 대주교
5개 국어 유창
전통주의자의 지지를 받음
교황과 멜리나를 모욕하곤 했음

반응형

 

야코포 로멜리 추기경은 오스티아 주교 추기경이다. 그는 추기경단장으로서 선거임무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교황이 선종하기 전부터 사임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로멜리는 언제부터인가 기도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영적 불면증, 어지러운 상념이 신념을 괴롭혔고 성령과의 영교를 방해했다고. 그래서 성스러운 기도를 갈망할수록 혼란스러웠다. 그는 이전부터 수석추기경 자리를 내놓고 수도회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교황에게 찾아가 위기를 고해하고 로마를 떠나게 해달라고 했으나 '누군가는 목자로 선택받고 누군가는 목장을 관리해야 하오.'라는 명목으로 당신의 임무는 관리자라며 당신은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9월 17일 성베드로 성당에서 주님의 성흔을 축원하는 미사가 끝난 후가 마지막이었다.

선종 후 3주 채 되지 않아 교황선거 이야기가 나왔다. 본격적으로 바로 11월 7일 순교자 성 헤르콜라누스 축일,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콘클라베가 시작될 것이다. 세간에서는 이번 콘클라베가 길고 시끄러울 것이라 예상했고, 로멜리는 그러지 않기를 기도했다. 콘클라베는 매우 길고 교황이 나올 때까지 그곳에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14차례의 회의 끝에도 후보군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더욱 걱정이었다. 그러던 중, 보지니 아크 추기경이 로멜리에게 할 말이 있다고 간절히 요청했고 성녀 마르타의 집이 봉쇄되기 전, 추기경을 만나고 난 후 그를 보기로 한다. 본격적으로 추기경들을 보게 된 로멜리는 ‘다양한 인종대표, 이 넓디넓은 우주교회에서 문화도 지형도 다르게 태어났지만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모이다니!’라는 마음으로 감탄했다. 117명의 추기경을 모두 만나고 확인하게 된다. (왜 위의 본문과는 내용이 다른지 아래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


그리고 보지니 아크를 만나게 된다. 바로 트랑블레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고해성사였다. 선종 날, 성하는 트랑블레와 마지막으로 만났고, 그 면담에서 성하는 트랑블레 추기경을 총체적 비리로 모든 관직에서 파면하는 해고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 일을 모른척했으나 그가 교황의 유력한 후보라는 말에 이제 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후폭풍이 큰 일이기에 더욱 자세히 조사해 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의중결정 추기경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바그다드 대주교인 빈센트 베니테스로 중동 여러 가지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었지만 인정받은 추기경이기에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이번 콘클라베에 잘 참여할 수 있게 돕는다. 이로서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은 모두 118명이다.

콘클라베에서는 대외적으로 선거활동을 금하고 있으나 추기경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논쟁이었다. 후보들을 만나고 그들의 그릇된 점을 돌아보며 부질없음을 느끼기도 했다. 성서 어디에도 근거가 없고 성바오로가 교회를 생명체로 묘사했으며 인간이 만든 제도인데,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멈추고 첫 번째 투표 전 연설을 하게 된다. 정신도 또렷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도 분명해졌다. 미리 써둔 연설문이 아닌 즉흥 연설임임에도 매우 자연스러웠으며 이 공간의 많은 이들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끼친 그런 말이었다. 통합, 관용, 겸손을 강조했지만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의심 없는 확신은 통합의 적이며, 다양성이 교회의 힘이다”라는 발언은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에게는 호의를, 전통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했다.


여러 차례 투표를 마친 후, 조금씩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빠른 시일 내에 끝나길 바랐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유력 후보라 생각했던 벨리니의 득표수가 저조하고, 의외로 로멜리가 득표를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후보자들을 위협할 여러 단서들이 이번 콘클라베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직감을 줬다. 길어지는 것 또한 주님이 원하는 바라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콘클라베를 이어나간다. 일곱 번의 투표가 치러지면서 적합성, 도덕성과 같은 것들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논란될 수 있는 내용을 감춰야 했고, 적절한 후보를 물색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따져보아야 했다. 이미 선거를 위한 판으로 변질된 콘클라베. 그 속에서 대이변을 일으킬 교황은 누가 될까.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다. 책의 두께가 두껍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와 예상치 못한 반전을 거듭한다. 해당 종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이 부연되어 있어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콘클라베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이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상당히 궁금해졌고, 추후에는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여 글을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콘클라베는 통상적으로 다섯 번의 투표를 거치면 교황이 선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 속의 콘클라벵는 여러 가지 사건이 터지며 일곱 차례나 투표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 후보자들의 진면모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과거의 교회처럼 나아갈 것인지, 현재와 같이 나아갈 것인지, 미래로 이끌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교회의 미래에 대해 모두가 모여 고민하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하나의 종교, 다른 생각과 신념들이 모여 각기 다른 정의를 보여주기도 했다. 바깥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리더십과 권력은 어떤 사회가 만들어져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어 더욱 흥미로웠다.

교황이라는 자리는 신의 선택을 받은 자리인 만큼 막중한 무게를 지녔다하지만 그 책임감은 큰 부담감이 되기도 한다양쪽을 만족시킬 수도 없으며인간이기에 완전무결한 리더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선대 교황은 탈권위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었기에 외부에서 사랑을 받을수록 내부에서는 고립되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교황은 개인의 성향과는 다르게 교회를 대표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그만큼 교황은 수난의 길이기에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다르게 콘클라베는 매우 치열한 경쟁에 놓여 있었다시스티나 예배당 안의 추기경들은 성직자이지만 콘클라베에서는 군중이기도 했다세상에만 군중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분열될까 두렵고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우며 유혹에 쉽게 휘둘릴 수 있는 그런 군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인간 근원의 욕망을 과연 그릇된 것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가질 수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신'이라는 이름 아래 확신을 위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신념을 위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완벽한 리더는 없기에 인간의 한계와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로멜리는 자신이 이 자리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51p 하지만 높이 오를수록 주님과 점점 멀어지고 천국은 점점 아득해져만 갔다. 그런데 이 미천한 존재가 추기경을 인도해 베드로의 열쇠로르 누가 차지할지 결정해야 한다고?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후반부에서는 요한 24세..? 하는 모습이 참으로 흥미로운 부분.

 

교황의 방을 둘러보니 개인의 취향이 전혀 묻어 나오지 않는 '중상층 상인의 수입과 취향 수준' '50평의 무미건조한 공간' '무장 경호원'의 공간이었다. 이런 삶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교황은 콘클라베에서 선출되기 이전, 추기경 시절부터 이곳에서 지냈고,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교황에 선출된 이후에도 사도성 입성을 거절하고 그곳에서 살았다. 평소 교황은 회의감에 고통받았으며 하느님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신념을 잃었다고. 전교황은 특히 검소했고 겸손했다. 과도한 겸손은 다른 차원의 해명이라 할 수 있고 겸손 과시는 죄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274p 양심을 따르는 이는 절대 잘못하지 않습니다. 예하. 결과가 생각과 다를 수 있고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잘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이끄는 이정표는 당연히 양심 이어야죠.주님의 목소리를 제일 잘 듣는 곳이 바로 양심이니까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