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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 드라마 원작 소설

[책 리뷰] 인플루언스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4.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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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는 곤도 후미에 작가의 신작 소설이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가정폭력, 학교폭력과 같은 사회문제를 배경으로 하여 세 여자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벌어진 비극을 어떻게 소멸시키고 서로를 어떻게 구원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미 드라마화가 진행된 소설인 만큼 강렬한 이야기 전개와 섬세한 심리 묘사는 매우 흥미롭다.

 

 

 

어떤 소설가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많은 독자가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중 하나처럼 자신의 인생을 소재로 써달라는 이야기였다. 평소 같았다면 무시했겠지만 유독 이 편지가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저희 셋의 관계’라는 말 때문이었다. 자기 인생의 파란만장함이 아닌 자기와 자기 친구들의 관계에 흥미를 느낄 것 같다는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긴 사연인 걸까.

 

유리는 단짝친구인 사토코가 집에서 할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처음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외면과 더불어 어린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사토코를 구해주지 않았고 그 기억은 죄책감으로 변해 유리의 내면에 빼곡하게 남는다. 중학생이 된 유리는 단짝 마호가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호를 구하려다 남자를 찌르게 되는데…. 그때부터 사토코, 유리, 마호 이 세 여자 운명의 실타래가 지독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나는 제목처럼 인플루언서들끼리 저지르는 살인이나 살인 거래를 추리하는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세 여자에 대한 관계가 촘촘히 연결된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었다. 나비효과라는 말처럼 어떤 행동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그런 말처럼 이들의 관계 또한 예상치 못한 변수의 반복으로서 그들의 관계의 양상이 급격히 변화하며 그들의 관계는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들의 끈적한 연대는 거래가 아닌 마치 운명처럼 끈끈하게 엮여 끊을 수 없는 죄책감과 보은으로 비극적 운명을 서로 구원하며 이어진다. 그들의 선택이 아닌 필연처럼. 그렇게 잔혹하게 엉킨 이 복잡한 미묘한 관계는 우정이나 애정,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극적인 결말은 아니나 한 개인이 과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인물의 상처와 죄책감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한 개인의 선택과 행동이 타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특히 어른들의 무책임한 외면과 방관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아이들의 고통을 방관하는 사회의 책임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살고 있는 건 이런 세계이고, 그들은 자기들이 옳다고 믿으며 그 믿음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쉽게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 소설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실천해야 하고 작은 행동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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