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키스 작가의 SF소설인 <앨저넌에게 꽃을>. 제7회 휴고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고, 제2회 네뷸러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여러 차례 영화화가 되었으며 1968년 랠프 넬슨의 <찰리>가 대표작이다.
* 이 글은 소설 <앨저넌에게 꽃을>의 줄거리 일부를 포함하고 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감상에 유의 바랍니다.
목차
에필로그
등장인물
1부 꿈
미로 속으로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것에 함부로...
의식과 잠재의식
나를 믿어주는 사람
돌려주지 않은 밸런타인 펜던트
2부 혼돈
나는 적의를 느낄 수 있다
제가 왜 상처를 받죠?
지금은 나도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
어둠 속의 소년
빵가게 창문으로 보이는 과거
3부 고독
나는 왜 벌을 받고 싶었던 걸까?
배울수록 이상한 점
나만의 공간
혹시 그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찰리는 여전히 나와 함께 있었다
4부 이변
제발, 인격을 존중해줘요
나의 미로의 끝에는...
희망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경이로운 것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5부 회귀
우리는 누군가가 필요했어
존재의 외피
실낙원
당신에겐 미소가 있었어요
혹시 기해가 있으면
무한경쟁과 과도한 학업 열풍에 갇힌 한국을 생각하며
상세 이미지
책 리뷰
모든 생각과 기억을 모두 적어야 한다는 말에 경과보고서를 쓴다고 말하는 찰리. 서툴지만 누군가가 의도한대로의 말을 하고 일기를 남기기 시작한다. 보이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도 기록을 남기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한다.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가족의 모습이지만 똑똑 해져서 꼭 만나겠다는 다짐만큼은 확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앨저넌이라는 쥐를 만나게 된다. 미로찾기를 잘하는 이 쥐는 찰리도 이기지 못한다.
바로, 앨저넌이 수술을 통해 지능이 높아졌고 지금까지도 그 지능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위험한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찰리에게도 그 수술을 권유한다. 과학에 큰 공헌을 할 이 수술을 시도해 보기 전엔 알 수 없지만 찰리가 성공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 또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찰리는 똑똑 해진다면 가족과 다시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난 찰리. 수술이 끝나도 경과보고서는 작성해야만 했고, 그는 수술 후에도 똑똑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변화는 하루 만에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아쉬움이 매우 컸다. 세상의 속도와는 차이가 있었던 찰리가 급속도로 높아지는 지능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를 겪으며 주변 사람들은 평소와 다른 찰리의 모습을 마주하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찰리는 지능보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했지만 그가 똑똑 해질수록 못살게 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의문을 느낀다.
새로운 세상을 바라본 그의 감정은 분노와 의심이었다. IQ180의 천재가 된 찰리는 지능이 높아진다면 자연스레 사람들과의 관계도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나보다 지능이 낮았던 찰리가 똑똑한 모습을 보이니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쁘니 그가 더 싫어 지는 것이다. 무관심에 그쳤던 무시가 적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이루고 있는 것들을 몇 주만에 이루고, 지식을 흡수하는 속도도 매우 빨랐다. 하지만 세상의 문제는 시험 혹은 지능과는 또 다른 영역의 것이었다. 빠른 변화와 별개의 감정은 학습으로 이루어지기는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지능이 높아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큰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던 찰리는 허무하면서도 외로운 감정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자신을 실험실의 표본으로 취급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배신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 삶의 목표에 대한 회의감만이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모든 감정들을 이제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보다 먼저 수술을 받은 앨저넌이 원상태로 복구된 후 죽게 된 모습을 보고 자신 또한 비슷한 결말을 맞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의 예상대로 인위적으로 향상된 지능이 향상수치에 비례되는 속도로 저하되기 시작했다. 현재의 지식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조금씩 지능이 떨어지게 된다. 그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막을 수 없었다.
그가 자연스레 지능이 높아지니,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나기 시작한다. 정상의 궤도에 올리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 무색하게 그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그렇게 버림 받았음에도 엄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불행의 시작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됐고 그 불행은 여전히 막을 내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엄마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 사실을 직면하고 현실을 감내해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의 해답을 찾기도 전에 조금씩 잊히는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억을 잃는 것도 잃고, 모든 것을 잊게 되지만 앨저넌에게 바칠 꽃만큼은 기억하는 것 같았다.
찰리에게 있어서 현재가 더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슬픈 소설이었다. 그렇게 똑똑하길 바랐지만 그 순간에도 오롯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 불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과 섞이기 위한 것에는 지능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그는 끊임없는 공허함에 갇히게 된다. 그가 높은 지능을 가지면서 몰라도 될 것 마저 알게 됐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착한 마음마저 잃게 되는 모습이 슬펐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차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곁에 아무도 없는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조금씩 사라져가는 단어와 얼기설기 섞인 문장들은 그의 지능이 다시 돌아왔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사람에게 행하는 수술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을 보여준다.
찰리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지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유대와 이해임을 일깨워준다. 그는 결국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다시 정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소외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은 단순히 SF적인 요소를 넘어서, 인간성과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어, 읽는 이에게 큰 감동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113p 대학에 가서 교육을 받는 이유 중에서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가 평생 살아오면서 믿었던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겉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와 똑같지 않다는 것을 배우기 위한 것임을 이제 나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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