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제조 2025’가 막을 내리는 이 해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제조업·반도체·배터리·AI·전기차 등 첨단 산업 전 영역에서 체급을 키워온 시점이다. 저자는 이 전환점을 통해, 세계가 무역 경쟁의 단계에서 신패권 재편의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중국은 지난 십 년간 내수 확대·기술 국산화·공급망 내재화 전략을 통해 스스로를 패권 레이스의 행위자로 격상시켰다. 이에 맞서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을 ‘시장’이자 ‘생산기지’로 보지 않는다. 대신 제재·무역통제·기술봉쇄·동맹 리쇼어링 전략을 통해 미중 경쟁을 ‘국가 전략의 프레임’으로 끌어올린다. 즉, 싸움의 무대는 관세 뿐만 아니라 기술·표준·공급망·AI·동맹 체계로 이어진다. 기술 패권의 시대에서 한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정치, 외교, 경제, 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 4인의 대담을 묶어낸다.
이전과는 다르게 중국의 반도체·클라우드·데이터 접근·AI 모델 개발을 연동해 압박하는 것은 기술 견제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AI 기반 지식·군사·감시·정치 질서의 주도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다. AI는 기술경쟁을 넘어서 핵무기급 억제·통제 시스템의 자산이다. 래서 AI를 선점한다는 것은 곧 국가 권력의 미래 구조를 선점한다는 뜻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산업 경쟁 뿐만 아니라 미래 권력 구조를 두고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미경중(韓美經中)’ 전략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며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은, 더 이상 균형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 저자는 한국이 마주한 두 가지 구조적 난제를 제시한다.
-연루의 딜레마: 원치 않는 전쟁·분쟁에 끌려 들어갈 위험
-방기의 딜레마: 동맹국이 우리를 버리고 떠날 위험
한국의 선택지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전략을 설계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기술 자립, 공급망 전략, 동맹 재구성, AI 생태계 구축, 산업 정책 재정비 등 책이 제안하는 방향은 ‘방향 제시’보다는 ‘구조적 질문’에 가깝다.
이 책의 장점은 미중 패권 전환을 경제·기술·외교·안보라는 네 축으로 고르게 분석하며, AI와 핵무기 결합 가능성, 기술 표준 전쟁, 동맹의 재편과 같은 현실적 주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는 데 있다. 다만, 비평적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의 ‘기술 자립 전략’이 슬로건 이상의 구체성으로 전개되지는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의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인만큼, 한국이 ‘줄타기’에 익숙해진 외교를 반복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미중 패권 경쟁의 주변국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질서를 설계하는 주체로 전환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국가 전략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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