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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회 문화 예술

[책 리뷰] 방구석 판소리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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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여행 시리즈는 계속된다. 이서희 작가의 신작 <방구석 판소리>는 오페라, 뮤지컬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방구석 오페라>는 우리 고유의 예술인 판소리를 소개한다. 조선의 오페라이자 가장 한국적인 서사시를 통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내 안의 소리를 깨우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서양의 오페라와 뮤지컬의 웅장함과 세련됨이 잘 알려졌지만, 한국의 음악인 판소리는 훌륭함에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판소리는 여전히 어렵다는 편견에 갇혀있고, 과거의 유산으로 남아 현대인의 삶과 동떨어져 보인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판소리가 어렵지 않고, 현대적이며 우리의 삶과 여전히 맞닿아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누군가의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 속에는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판소리 용어 해설을 제공하여 생소할 수 있는 전문 용어에 대한 이해를 도와 진입 장벽을 낮춘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시선으로 ‘해석’을 풀어내니 한층 더 흥미로워졌다.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알지 못했던 것들도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고대 가요부터 고전소설까지, 한국 서사 문학 전반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체계적인 구성이다. QR 코드를 통해 실제 판소리 음악에 대한 접근을 원활하게 만들어줄 수 있으며 ‘방구석’에서도 판소리를 쉽고,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가득 담긴 판소리는 대중적으로 소외됐다. 그러므로 <방구석 판소리>는 판소리가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깊이를 알리기 위한 대중 친화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드라마 <정년이>는 판소리 그리고 여성국극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판소리를 널리 알리는 다양한 시도는 우리 전통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판소리를 처음 접하는 입문자에게는 안내서가, 이미 판소리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더해줄 것이다. 우리 고유의 예술인 판소리가 어렵고 낡은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그 속의 해학과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판소리를 해설하며 그 속의 의미를 되새기는 대목들도 있었지만 나는 특히 이 책에서 ‘흥부전’을 통해 강조하는 ‘선함’의 가치를 되새기는 문장이 참 기억에 남았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악의 무리가 득세하는 시대일수록 착한 이야기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착한 사람에게만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한 기질을 가진 사람은 삶의 풍파 속에서도 흔들릴지언정 그 뿌리가 뽑히거나 꺾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이 이야기를 통해 깨달아야 할 것은 선한 마음이야말로 어떤 역경 속에서도 그 사람을 굳건하게 만든다는 깨달음 아닐까요.” 이처럼 판소리는 시간을 뛰어넘는 지혜와 가치를 마주할 수 있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소리가 지닌 매력뿐만 아니라 선한 마음을 통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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