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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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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은 아이사카 토마의 데뷔작으로 애거서 크리티상 최초로 심사위원 전원에게 최고점을 받아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일부인 독소 전쟁(독일-소련)을 소재로 한 장편 소설이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속 여성 병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전쟁의 비참함을 소설에 담아내었다.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보편성 속 인간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여전히 끊임없는 존재에 놓이게 된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프롤로그
이바노프스카야 마을
마녀의 소굴
천왕성 작전
볼가강 너머에 우리의 땅은 없다
결전으로 향하는 나날
요새 도시 쾨니히스베르크 - 사랑에 대하여
에필로그

감사의 말
주요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상세 이미지

 

 

책 후기

 

독소전쟁은 민간인을 포함하여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힌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다. 이 두 국가가 이데올로기 싸움을 넘어 서로를 전멸시킬 목적으로 나서 더욱 큰 참사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독소 전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자신의 국가를 위해 큰 활약을 펼쳤지만, 전쟁에서 잊힌 소련 여성 저격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병력 고갈로 인해 여러 국가는 여성을 보조 인력으로 사용했다. 미군에서는 치어리더 역할을 수행했던 반면, 소련에서는 수많은 여성을 전선에 배치하여 병사로서 동원되었다.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소련은 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수많은 여성을 전선에 병사로서 동원하였을까? 라는 저자의 의문에서 비롯되어 이야기되지 않은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존재하지 않았던 전쟁소설이 탄생했다.

마을을 급습한 독일군에 의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된 세라피마. 나치에게 사살되기 직전, 붉은 군대 지휘관 이리나에게 구출된다. 하지만 “싸울 것인가, 죽을 것인가?”라는 선택지를 부여받고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여성 저격수를 양성하는 학교에 가게 된 세라 피마는 자신과 같은 사연을 가지고, 똑같은 선택을 한 소녀들과 훈련을 받으며 여러 일을 겪게 된다. 그 일을 겪으며 진정한 저격병으로 거듭나게 된다.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전하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일들을 감당해야만 했다. 적을 쏘는 일도 주변의 아군이 죽는 일도. 그렇게 또 다른 승리를 위해 승리하고 전쟁이 끝나는 순간을 끊임없이 바랐다. 단, 원수를 죽이는 일은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세라 피마는 전쟁과 별개로 자신의 복수로 내면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아무런 감정 없이 적군을 쏘며 붉은 군대의 일원으로 100여 명의 적병을 해치우는 성과를 세우지만, 그에 따른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전쟁이 이어질수록 평화로움을 위한 싸움이 아닌 이념을 빙자한 살육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끔찍한 모습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또한, 전쟁 속 당연하게 벌어지는 살인에 아무렇지 않게 된 자기 모습과 그와 별개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아무렇지 않은 주변에 왠지 모를 허무함이 밀려온다. 자신을 지탱해 주는 전우들이 없었다면 하염없이 무너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원수를 갚는 것이 목적이었던 세라피마는 여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마침내 전쟁이 끝났고 소련에서만큼은 애국심으로 종군한 참전자가 남녀 불문하고 존재했으나 “남자들은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웠고 여자들은 집에서 남자의 귀환을 기다렸다”라는 말처럼 참전 여성들은 지워졌다. 참전 여성뿐만 아니라 전쟁 중 성폭행 피해자들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말처럼 정말 여성을 지워버렸다.

책의 두께와는 별개로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문장 하나하나가 책에 빨려들게 만든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있는 모습에 집중하게 되고 정말 곁에 있는 인물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특히 전쟁 소설 같은 경우는 남성이 화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가상의 소재가 아니라면 여성이 주인공인 책을 만나보기가 어려운데, 이번 책에서는 여성이 화자여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전쟁이지만 특히 여성에게 더욱 잔혹하게 다가오는 부분을 잘 표현하였다는 점이 인상 깊다. 또한, 전쟁의 승리에 감춰진 독일군, 소련군에 의한 성폭행 피해 여성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는 모습을 통해 전쟁의 목적과 그에 따른 최소한의 도덕성을 언급하며 진정 바라던 평화의 모습이 맞는지를 반문한다.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 보이며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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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구절

115p "죽음을 택하려고 하지 마라, 이리나. 그건 자네 인생에 대한 배신이야.”
“죽기 위해 전장에 갈 생각은 없습니다, 동지.”
다짐을 받으려는 질문에 이리나는 노라의 눈초리를 피하려는 것처럼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샤를로타와 세라피마가 숨을 헐떡이며 달리고 있었다.
“제게는 더 어울리는 죽음이 있으니까요.”\

533p 세라피마가 전쟁에서 배운 것은 800미터 너머의 적을 쏘는 기술도, 전장에서 갖게 되는 인간의 처절한 심리도, 고문을 견디는 법도, 적과의 힘겨루기도 아니다. 생명의 의미였다.
잃은 생명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대체할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배운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솔직한 진실. 오로지 이것만을 배웠다. 만약 그 외에 무언가를 얻었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런 사람은 신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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