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게 부서진 11개의 멜로디를 모아 하나의 노래를 만들어 내는 책 <고스트 듀엣>은 김현 작가의 소설집이다. 책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거대한 재난의 모습은 아니지만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의 상황이 그와 별반 다를 것 없다고 느껴져서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관계 속에서 표류하는 사람들과 그 사이를 지나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우리는 그 속에서 무엇을 발견해야 할까.
목차
수월水月 7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있나 35
고스트 듀엣 63
유미의 기분 89
가상 투어 119
견본 세대 139
수영 163
그때는 알겠지 185
내 마음 알겠니 201
혼자만의 겨울 217
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 241
작가의 말 268
책 후기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고스트 듀엣은 아름다운 조화를 그리고 있다. 흩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11편의 이야기는 듀엣을 넘어선 노래로 이어진다. 어떤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들을 조명하여 더욱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 깊다. 보편적 가치는 존재하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할 우리의 생각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계속해서 찾아보아야 했다. 이 오묘한 것들에게서 마주하는 변화의 물결은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에게 숨겨져 있는 세상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은 인생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실제 존재하는 유령보다 더 무서운 존재처럼 여겨진다.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들로 들어차는 인간이라는 존재. 한없이 잔혹해지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하는 이중성을 품고 있어서 아직까지도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무한정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떠한 편견없이 살아가고 나의 이야기를 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고스트 듀엣은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져 삶을 노래하는 멜로디로 이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떠날 수밖에 없다. 그 상황을 연결 짓는 건 다름 아닌 서로였다. 잊지 않는 마음으로 기억 속에 그 사람을 새겨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노력을 통해 그저 유령이 아닌 한 사람의 이름으로 남았다. 그래서인지 공포물을 보는 듯한 섬뜩함이 아닌 따뜻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순수함에는 장애물도 이유도 필요치 않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는 것도 같다. 오로지 사랑이라는 말이 아직은 이해되지 않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공간에서는 왜 사랑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인상 깊은 문장
88p 그들은 무너지지 않았기에 서로의 이름을 자주 부른다. 마음이 여린 네 사람이 서로를 애써 지탱하는 형우의 이야기에 답하는 상민의 이야기인 셈이다. 말하자면 행복이 불행에게.
126p 나와 영수는, 아마도, 아니 분명히 이후로도 오랫동안 꿈이 있는 사람으로서, 가난한 연인들로서 각자의 삶과 우리라는 삶을 동시에 살아내고자 애쓰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런 우리에게 주고 싶었다. 그게 무엇이든 줄 수만 있다면, 주어야 한다면. 주는 행위만으로도 사랑은 생생한 색채를 띠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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