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은 최진영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 소설이다. 처음 수록된 나무에서부터 섬세한 묘사가 잘 드러난다.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이라는 상당히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마주할 수 있는 묵직한 주제와 우리가 마주한 현실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목차
프롤로그_나무로부터
일어났으나 일어날 수 없는 일
증명할 수 없으나 존재하는 것
평범한 한 명들
완전한 사람
에필로그_목화의 일
작가의 말
책 후기
책 감상 내내 ‘단 한 사람’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생각하기를 반복했지만, 나무의 생을 더하는 묘사가 나의 고정되어 있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 사람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그 묵직함은 단어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것 또한 의도된 듯 그 대상을 잊지 못하게 한다. 주변에 집중하느라 본질을 마주하지 못하는 순간을 통쾌하게 꿰뚫으며 저마다의 생각을 응집한 나무에 비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의 구성이 독특하게 여겨져서 프롤로그의 내용이 상당히 기억에 남았다. 말하지 않지만, 생명력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는 것 같아서 오래도록 그 문장들을 기억하고 싶어졌다.
한 사람을 위하는 삶은 아니지만 우리의 생은 주로 한 사람의 시선에 의해 전개되곤 한다. 나무는 오랜 시간 그 자리에 그대로 뿌리를 내려 울창한 숲을 만들었다. 그 연결된 삶이란 다른 나무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기희생이 담겼다고도 볼 수 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살렸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그 과정이 이어지지 않게 되며 둘이었던 나무가 홀로 남아 그 시간에 멈추고 만다. 사람은 나무를 쓰러뜨리고, 나무는 사람을 집어삼킨다. 이토록 잔인한 굴레의 힘은 계속해서 이어져 불가항력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곤 한다. 신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정말 가련하게도 그런 순간은 오지 않았다. 단 한 사람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결코 선택할 수 없는 무언가를 드러내며 다시 한번 인간의 무력감을 보여준다. 뭐든지 지배하려는 인간의 그 오만함을 꼬집는 것이다.
나무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주관적일 수 있지만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을 때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살아가기 위한 어떤 과정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며 누군가는 책임을 지게 된다. 단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살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운명처럼 잔혹한 숙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해나갈 누군가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능력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신의 장난은 어떤 결말을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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