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심장>은 이상욱 작가의 소설집으로 9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인간에게 찾아올 수 있는 모든 불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선을 통해 각기 다른 불행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달라 보이지만 결국엔 같은 모습을 하는 불행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희망적인 내용보다는 끔찍한 절망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지만 불행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또 다르게 다가온다.
목차
어느 시인의 죽음
라하이나 눈
기린의 심장
마왕의 변
허물
하얀 바다
경계
연극의 시작
25분
해설│이야기의 좌충우돌 _서희원(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책 후기
더 날카로운 조각으로 얇은 부위를 후벼서 생기는 현실의 생채기는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걸까. 대체할 수 없는 마음을 대신하듯 묵직한 존재는 가치에 따라 필요가 달라지며 그에 따른 의미를 가져온다. 빈틈없는 불행 속에 빠져드는 절망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처럼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길을 잃은 듯 보여도 그 쓸쓸함을 뚫고 나아가야 할 곳에 발걸음이 향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기엔 아직 알아야 할 현실의 무게가 훨씬 더 무거웠기에 일단 그 무게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단편을 이용하여 각기 다른 인간의 불행에 대해 읊는다. 어떤 희망을 바라면서도 현실에 의해 계속해서 생채기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비극적이다. 각기 다른 단편이지만 왠지 모르게 이어지는 내용은 조금씩 뭔가를 덧붙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그 사이에서의 주제 의식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절망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도 결코 그 절망에 빨려들지 않게 된다. 묵직한 만큼 또렷하게 생각날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 계속해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이 쓸쓸함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길 바랐다.
죽음에 대한 다른 시선은 마냥 두려움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다. 이 비극 속에서도 어떤 연민의 시선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담담함은 더욱 참담함을 부각한다. 장르를 넘나드는 책의 독특함은 한동안 머리에 각인되어 상당한 여운을 줄 것 같다. “계속된 불행의 끝에는 과연 행복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 페이지를 읽어 나가는 매력이 있었다. 간결하지만 그만큼 더 강렬함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희망을 바라고 책을 찾게 되면 많은 실망감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에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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