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님의 ‘재수사 1편과 2편’을 감상했다. 본격적으로 책 소개에 앞서 이 책은 22년 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기대했던 것만큼 흥미로웠던 1편이 두께만큼이나 시간이 꽤 걸렸다. 마침내 1편을 다 읽는 순간, 아쉬울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 읽었을 때, 2편이 정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2편을 책을 펼쳐보았고 오로지 책에 집중하기 위해 자연의 적막만이 맴도는 공원 벤치에 앉아 단숨에 읽었다. 제법 두꺼운 굵기의 두께였지만 왠지 모르게 짧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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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과거의 흔적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올수록 그때 그 자리에 멈춰 있는 피해자의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진다. 주변은 각자의 시간을 자유롭게 또 스스로 사용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피해자는 타인에 의해 그 시간이 강제적으로 멈춘 것이다. 그렇게 피해자를 배제한 채, 지나간 시간 속에 그를 잊고 여전히 살아있는 이들을 찾아 알고자 하는 그날의 사건에 대한 범인의 흔적을 찾아가며 조금씩 자리를 좁혀간다. 반면, 범인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합리화를 위한 자신만의 논거를 펼치고 그것이 마치 논리적이고 합당한 것처럼 각각의 인격을 부여하고 있었다. 끊임없는 합리화와 어떤 사상에 의한 자신의 불안감은 이제 끊어질 때가 되었다.
현재의 수사력으로 과거의 사건을 ‘재수사’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지금의 수사기법과 비교했을 때, 상당 부분 차이가 나는 과거의 수사는 극복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오래되기도 했고 사건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나와 있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때 놓쳤던 부분을 확인하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피해자의 시간을 앗아간 범인을 검거해야만 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좁혀지는 거리에 대한 긴장감과 더불어 잡혔을 때의 짜릿함의 간극을 좁혀간다. 시스템과 한 사람의 도덕적 신념이 양극단에 놓여 줄다리기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이는 이 두 사람이 마주했을 때,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궁금해진다. 22년 동안 모습을 감추고 잡힐까 봐 전전긍긍한 모습을 하는 범인은 과연 어디에 숨었고 또 누구일까.
현재에도 끊임없는 추적 끝에 장기 미제 사건이 해결된 사례가 있어서 이번 책의 내용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혹여나 과거 형사의 허물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하기가 어려워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 그런 부분은 다루어지지 않았다. 범인과 형사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이야기의 전개는 긴장감을 더한다. 평범한 얼굴을 하고서 일반적인 사람인 척하며 숨어있을 범인에 대해 무력감과 공포감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점차 그와 점차 가까워지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며 얼른 사건이 해결되어 그의 합리화 또한 멈추길 바랄 뿐이었다. 범인의 실체가 공개되었을 때 왠지 모르게 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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