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슬로우 퀵 퀵>은 전건우 작가의 신작이다. 제목처럼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헤쳐 나가는 재난의 상황을 그린 장편 소설로 전혀 맞지 않았던 이들이 호흡을 맞춰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좀비를 소재로 한 공포 소설이지만 기존의 장르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새로움을 선사한다. 평소 좀비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표류선
영생도
제3종 근접조우
아수라장
마을회관
대탈출
라스트 댄스
작가의 말
책 후기
사람의 손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사건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일어날 일은 어김없이 일어나고야 만다는 것을 현재의 시점에서는 결코 알 수 없다. 죽지도 않고 살아있지도 않은 형태의 무언가가 나타나며 본격적인 재난이 시작된다. 순식간에 덮쳐오는 상황을 피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같은 형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 핏빛 그림자는 언제쯤이면 멎을 수 있을까.
미래 대학교 학생들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아리를 살리기 위해 영생도로 엠티를 떠난다. 그리고 영생도의 주민들은 죽어가는 영생도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토록 대조적이면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세대 차이에 의한 의견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지역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지만 학생들의 모습이 탐탁지만은 않게 만들었다. 나름의 불편한 점을 감수하며 공존하게 된다. 하지만 대처할 새도 없이 영화로만 접했던 좀비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여기저기에서 핏빛이 번지며 평온했던 영생도는 아비규환의 상태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만큼 힘을 합쳐서 이 상황을 헤쳐 나가게 된다.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들은 때론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영웅이, 때론 낯선 타인과 힘을 합쳐 섬에서 탈출하려는 엑스트라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이야기는 흔한 결말로 끝나지 않고 모두가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을 유도한다. 자연스럽게 누군가 구하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발전해 힘을 모으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일반적인 좀비물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 색다르게 느껴지고 훨씬 흥미롭게 다가온다.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입으로 되뇌었던 ‘슬로우 슬로우 퀵 퀵’이라는 말처럼 책은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다가온다. 또한, 등장인물 중 평범한 사람이 없는 만큼 갈등이 가득한 상황이 그려진다. 재난과 별개로 이어지는 갈등의 상황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일들은 뭔가 좀비가 된 상황에서도 특정한 사연이 담긴 듯한 희열이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재난이 갈등에서 이어지는 신경질적인 부분을 대체하며 이들의 화합으로 이끄는 부분이 상당히 독특하고 흥미롭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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