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프로젝트>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6편의 단편 만화를 담고 있는 봉봉 작가의 첫 작품집이다. 독특한 이야기만큼이나 톡톡 튀는 그림체가 돋보이는 이 책은 섬뜩함과 잘 맞물려 적절한 블랙 코미디를 보여준다.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진정한 삶의 이유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나 한국 사회에 자리 잡아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목차
1장. ANA
2장. 웰다잉 프로젝트
3장. 붉은 여왕
4장. 마지막 비행
5장. 햄스터가 손톱을 먹었다
6장. 신은 변기
상세 이미지
책 후기
책을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책 위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미래 사회의 이야기는 이토록 강렬하고 명확한 모습을 하고 있다. 상상 속의 기술이 상용화된 미래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인간의 욕망에 대한 고찰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인공 자궁, 유전자 조작,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은 탐욕으로 인해 이어지는 어리석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기술과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정확히 꼬집고 있으며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다름에 대해서 예민할 정도로 이질감을 느끼는 인간이 인공 자궁을 통해 태어난 아이를 평등하게 대할 수 있을까. 이민자, 인종차별과 같은 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인간들이 또 다른 새로움을 갈구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는 없다. 를 통해 명확하고 잔혹하게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은 절대 달라지지 않을 욕망의 굴레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예견된 미래와 참혹함이 닿지 않기 만을 바란다. 물론 아이를 바라는 부모들에게는 좋은 기술이지만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인간들이 악용한다면 끊임없는 윤리적 문제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만약, 인공 자궁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법적 제도 확립뿐만 아니라 사람의 의식을 제고한 후 들여오는 것이 마땅하다.
삶과 연결된 죽음은 맞닿아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 책에 수록된 단편 만화 중에 <웰다잉 프로젝트>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바로, 소수의 사람을 선정하여 아름다운 죽음을 선사하는 프로젝트로 맞춤형 죽음을 생중계하는 프로그램과 함께 구성되어 있다. 죽음에 대한 섬뜩함도 물론 잔존하지만 전보다는 더욱 무게감이 덜어져서 죽음에 대한 자유를 꿈꿀 수 있는 구간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전과는 다른 가벼움으로 인해 죽음이 상업화되고 의미 있는 죽음을 위해 죽음을 전시하는 상황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죽음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미에 대한 욕망은 미래 사회에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붉은 여왕>에게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아름다워진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처음의 의도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함을 위한 기술로 이용되었지만,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으로 인해 외면은 화려하게 꾸민다. 그리고 남들과 비교하며 점점 자신과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술에 의해 계속해서 달라지는 외모와는 다르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점차 죽어간다. 누구를 위한 아름다움인지 모를 그 전쟁은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절대 끝나지 않을 구렁텅이로 그들을 몰고 간다.
분명 이유가 있는 기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래에 펼쳐질 기술은 인간에게 있어서 여전히 과분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상당했다. 모든 기술은 선한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여러 요소에 의해 악용되어 차라리 만들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기술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좋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결국에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욕망에 의해 발전하는 반면, 욕망에 의해 한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것은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예전의 모습에서도 충분히 많이 발견 되었다.
6개의 단편은 기술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마지막 비행>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에 대한 관계를 <햄스터가 손톱을 먹었다>는 것에 서는 죽음과 연결되는 새로운 삶을, <신은 변기>에서는 종교와 인간과의 관계를 표현하여 더욱 다양한 생각을 보여준다. 6개의 단편의 각 주제가 현재에도 많은 논의가 되는 부분이라 더욱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그 생각에 대한 정립 또한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주는 작품이었다.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언급하기 힘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더욱 특별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런 책들이 많아지면 조금씩 죽음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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