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7일 개봉 예정인 영화 <댓글부대>의 원작 소설 장강명의 <댓글부대>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에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2015년 당시 감상했지만 9년이 지나서 기억이 희미해져 영화를 보기 전 소설을 다시 감상해 보기로 했다. 제주 4.3 평화 문학상 수상작이다. 참고로 이 책의 등장인물들 삼궁, 01査10, 찻탓캇은 2012년의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의 수록작 <삶어녀 죽이기>의 주인공들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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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댓글부대 ‘팀 알렙’의 멤버인 찻탓캇이 기자인 임상진에게 댓글부대의 실체를 제보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에게는 삼궁, 01査10이라는 동료가 있으며, 이들은 주로 의뢰를 통해 보수를 받고 조직적으로 일하는 자칭 댓글부대 2세대인 ‘팀 알렙’이었다. 처음에는 기업 상품평이나 유학 후기를 지어내는 일을 하던 그들은 더 나아가 ‘여론 물타기’를 시도한다. 근거 없는 중상모략을 통해 경쟁사 인터넷 강사를 무너뜨리거나 교사를 그만두게 만드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 더 나아가 악평과 악플에 대응하는 솔루션도 개발하여 대기업과 정치인에게도 의뢰가 들어오는 방식으로 몸집을 부풀려갔다. 대표적으로 모 전자 회사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이들을 대변하는 영화가 흥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들의 기술을 보던 누군가의 눈에 들어 그전보다 굉장한 댓글부대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그들은 좌파 성향의 사이트를 공격하여 인터넷 커뮤니티를 무력화하는 일을 시도했고 무너뜨리는 데에 성공한다. 그들의 실체를 악마화하여 그들의 진실성을 파괴한다. 그것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것은 성공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여론을 무력화했으며 자신들의 의도한 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의 두려움을 파고드는 방식과 관심 끌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여론조작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때론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어 사상을 심는다는 것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10퍼센트의 진실과 90퍼센트의 거짓은 때론 사실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는 굉장한 효과를 내며 특히 폐쇄적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그 효과는 엄청났다.
소설은 열린 결말을 통해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이 일을 하면 할수록 허무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정의의 사도로서 미래를 위해 일을 한다지만 파괴한 이들을 통해 배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뱉은 말들이 오롯이 그들에게 향하는 모습이 비극을 초래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소설 속 가장 인상깊었던 건 인형 탈을 쓰고 일을 하는 20대 청년과 찻탓캇의 모습이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 장면이 얼마나 낯 뜨겁던지. 그는 우월감을 느꼈을지 모를 그 장면이 참으로 안쓰러웠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하는 걸까.
소설은 의도적인 불편함을 야기한다. 이야기의 전개는 불편한 진실의 포장을 벗기는 일처럼 여겨졌다. 수많은 말이 뭉쳐 뭐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릴 수 없을 만큼 얼룩지게 만든다. 이 사실을 안 지금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들이 실체 없는 형태를 하고 있다면 무엇을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 사실을 제삼자의 시선에서 바라봄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은 그의 목적이었고 소설 속에서도, 소설 밖에서도 그 목적을 달성한다. 하지만 결국 그만큼 대가를 치르게 되고 떳떳하지 못한 일과 강자에게 이용당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그들 뒤에 서있는 악의 무리의 실체를 다 밝히지는 못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여론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안 지금은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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