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 & 드라마 원작 소설

[책 리뷰] 로기완을 만났다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4. 2. 29.
반응형

 
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는 사회의 소외 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깊은 이해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이다. 낯선 도시에서의 만남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짧은 만남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보여준다. 2024년 3월 1일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기완을 만났다>의 원작 소설로 영화에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상세 이미지

 

 

책 후기



이니셜로 존재했던 L인 남자가 있었다. 그는 유령처럼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무국적자, 난민, 불법체류자를 다 포함하는 이방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불안감을 넘어서기 위해 이곳저곳을 유영했고 삶의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으나 자신의 어머니의 몫을 위해 더 살아야 한다는 생각 하에 그저 흘러갔다. 어떤 서류도 개인의 존재감을 증명할 수 없었으며 수도 없이 사라질 시간과 순간을 살아간다. 자신을 증명하듯 그가 남긴 문장만이 그를 존재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한편, H에 실려있는 기사에는 이니셜 L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그리고 그 기사의 마지막 한 줄이 브뤼셀로 자신을 이끌었고 익숙했던 세계를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방인이 되어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브뤼셀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L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지만, 그와는 연락이 끊겼고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소개시켜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방인이 되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령처럼 살고 있을 L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암호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희한한 일인지 몰랐다. 그의 일기와 자술서를 통해 '로'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끊임없이 겉도는 로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낀다. 안도감은 그의 흔적을 따라가서가 아니라 고독과 불안까지도 내 것으로 끌어안은 채 이 도시를 보유하고 있다는 일체감에서 형성된 것이었다.

여전히 낯선 이곳에는 몸을 뉠 곳도 마음을 둘 곳도 없었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젊은 남자'가 일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동정심을 이용해 호의 혹은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를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거짓 없는 진실이 이곳에 존재하는 걸까?

어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전체의 삶을 변화시키는 시작에 불과한 일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머물렀던 상처를 '로'라는 인물을 통해 마주하고 또 풀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문장들에서 느꼈던 불쾌감의 이유를 책을 감상하며 파악하게 되었다. 삶의 이유를 무언가에 대한 흥미로 옮겨간 가벼운 마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해하기 위해 타인의 상처를 헤집는 일이 가장 불쾌하게 여겨졌다. 세상에 지쳤던 그의 마음과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는 오만함은 어느새 관용이라는 단어로 바뀌게 된다. 그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만나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한 사람의 생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생을 넘어 억겁의 시간이 걸려도 모자를 정도이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 끌리는 과정은 단 몇 문장, 몇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로기완을 만났을 때,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내는 로기완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소설 속에서는 정말 끝부분에서 만남을 하고 온기를 나누는 장면은 다음에 나올 어떤 희망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느끼는 감정들에 환멸을 느끼기도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느끼는 감정은 '로'를 통해 해소되고 자신의 진실된 감정을 마주하게 만든다.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나아가는 한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p10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의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 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진실하지도 않다.

p209 타인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식으로는 서로의 삶 속으로 개입되는 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브뤼셀에 와서 로의 자술서와 일기를 읽고 그가 머물거나 스쳐 갔던 곳을 찾아다니는 동안, 로기완은 이미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이제 나는 로에게도 나를, 그 자신이 개입된 내 인생을 보여줘야 한다. 로기완이 내 삶으로 걸어들어온 거리만큼 나 역시 그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영화 리뷰


https://brunch.co.kr/@mindirrle/409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만 하는 생존의 척박함.

영화 <로기완> 리뷰 | 김희진 감독의 <로기완>은 3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이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기대감을 불

brunch.co.kr

 

영화 예고편



https://youtu.be/kMMGzeSjUag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