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9일 개봉한 영화 <사형에 이르는 병> 원작 소설을 이미 감상했지만 2달 넘게 미루다가 2024년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소설 리뷰를 하면서 영화와 책과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다뤄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구리키 리우의 <사형에 이르는 병>은 연쇄살인범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펼쳐지는 미스토리 소설로 범죄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소년에게 도달한 편지의 끝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책 후기
마사야는 어느 날, 편지 하나를 받게 된다. 바로 구치소에 온 편지였는데, 발신자는 바로 하이무라 야마토, 24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으로 베이커리 사장이자 그의 다정한 이웃이었다.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오해일 것이라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던 그런 사람이었다. 편지의 내용으로는 24번의 살인 중 단 한 건의 사건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이무라는 피해자를 면밀히 관찰하여 주요 타깃을 설정했고 신뢰 관계를 쌓은 후 고통을 주는 수법을 썼다고 말했다. 그의 말과 행적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었으나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그야 말로 그는 연쇄 살인범이니까. 과연 그 단 한 건의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누구일까.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한 마사야는 자신보다 뛰어난 친구들에 밀려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된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그를 더욱 압박했고, 결국 학업을 중단하게 된다. 그렇게 집에서 검정고시와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준비하게 된 마사야는 도쿄대학교를 목표로 했지만 더 이상 재수를 허락하지 않는 아버지로 인해 삼류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항상 부족하다 못해 모자라다 느꼈던 아카리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는 자신에 비해 친구도 잘 사귀고 그때보다 더 우수한 능력을 하고 있어 열등감을 느꼈다. 마사야는 자신의 목표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되면서 거듭된 절망을 경험한다. 그러던 중, 하이무라는 마사야에게 성실하고 똑똑했던 과거의 자신을 되돌려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사야는 하이무라에게 빠져들게 된다.
아마 계속해서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래서 더 처절하고 슬프다고 느꼈다.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 노력 하면서도 하이무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마사야의 모습을 보면서 혼란이 왔다. 과연 무엇이 진실이며 그로 인해 마사야가 영향을 받는 것일까 하고. 최근 악의 유전학이라는 책을 감상했는데, 그로 인해 그 순간 '유전'에 대해 집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책에서는 거듭 강조한다.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지 않으며 상황과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선과 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한다.
책과 영화는 기본적인 설정은 같지만, 이야기 전개 순서, 캐릭터 묘사, 감정 묘사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책은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지만, 영화는 사건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 이야기 전개 순서가 다르게 배치 되면서 깔끔해졌지만 책의 감정 묘사가 영화에 다 녹아 있지 않아 아쉬웠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서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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