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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 드라마 원작 소설

[책 리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4.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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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화풍을 드러내듯 글은 문체를 드러내곤 한다. 어떤 것을 중점으로 두느냐에 따라 의미도, 느낌도, 생각도 달라지기 때문에 글의 주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며 당연하게 자리 잡아 있는 외모 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만연함을 꼬집는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종필 감독의 <파반느>가 제작 예정이며, 고아성&변요한&문상민 배우 주연으로 5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 소설의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진다.

벨라스케스는 스페인의 궁정화가로 공주 마르가리타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림에 담아왔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시녀들>은 펠리페 4세 국왕부처와 마르가리타 공주, 그리고 시녀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목차



1. 라스 메니나스(Las Meninas)
2. 무비 스타
3. 내가 처음 당신의 얼굴을 보았을 때
4. 켄터키 치킨
5. 루씨,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
6. 겨울, 나무에 걸린 오렌지 해
7. 딸기밭이여, 영원하리
8. 달의 편지
9. 바람만이 아는 대답
10. 어떤 해후(邂逅)
11. 해피엔딩

* Writer’s cut
* 작가의 말

책 후기

 

모든 사랑은 오해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감추지 못한다. 그 은밀한 속내를 어떻게 다 파악할 수 있을까. 단지 그의 파란색 작은 글로서 그의 속마음을 훔쳐볼 뿐이었다. 그는 비록 자신이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겉모습에서는 결코 볼 수 없어 그의 마음이 진짜인지, 혹은 꾸며낸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솔직함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인간의 내면은 코끼리보다 훨씬 큰 것이고 인간은 결국 서로의 일부를 더듬는 소경일 뿐이다”라는 말처럼 화자는 알 수 없는 부분을 코끼리에 비유했다. 인생에는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았고 코끼리라는 대상을 통해 안정감을 얻게 된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던 어둠의 너머에는 어떤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지, 확연한 안개와도 같은 인생의 막연함이 자신을 기다렸다.

친근하지만 막막한 찬란하고도 참혹한 이 이야기는 따끔하다. 현실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어도 평생 안고 가야 할 어떤 기억에 대해 과거라 칭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와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익은 큰 차이가 있다. 적막과 허무를 다루는 일생도 어떤 마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과 다른 외모 그로 인한 생각들은 자의식 과잉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식에서 출발하는 생각은 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면,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지금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더 나아간 생각이 궁금했는데, 그들의 사랑을 채우기도 모자란 페이지에 나의 궁금증은 해소되지 못했다. 무사히 그들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거쳐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마주하며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르익은 그 마음을 날것으로 표현하고도 끊임없이 생각나도 마음에 남는 것이다. 어쩌면 그 사랑은 누군가를 배제하고 사랑을 꿈꾸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녀는 자신을 받아주었고 다른 여자들과는 뭔가가 좀 달랐다. 그래서 끌렸고 자신의 영원을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 그에게는 어떤 것보다 그 감정이 더 중요했다.

분명 사랑을 다루고 있음에도 어떤 버거움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지나치게 담담해서 이 사랑도 마음도 깊게 와닿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왠지 모를 적막에 침울해지기도 한다. 끝없는 믿음과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보편적인 사랑의 풋풋함이 가미되어 있지 않다. 때로는 우리는 자신을 감추기 위해 외면을 포장하고 내면을 ‘외면’하곤 한다. 이 책은 낯부끄럽게 여겨지는 내면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어 명확하고도 당연한 내면의 성장으로 이들을 이끈다. 화자는 ‘나’이지만 중심은 ‘그녀’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하면 이상한 걸까.

인상 깊은 문장

p15 아무리 사랑해도 결국 타인의 고통은 타인의 고통일 뿐이니까 그것이 자신의 고통이 되기 전까지는 어떤 인간도 타인의 고통에 해를 입지 않는다.

p185 빛을 발하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워. 빛이 강해질수록 유리의 곡선도 전구의 형태로 그 빛에 묻혀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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