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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 드라마 원작 소설

[책 리뷰] 디스클레이머 (누군가는 알고 있다)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4.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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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 없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저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정말 한순간 한순간이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렇게 무섭고 흥미롭고 동시에 두려운 소설은 처음이다. 상상 이상의 반전과 목을 죄어오는 압박감이 숨을 못 쉬게 만든다. 르네 나이트의 장편소설 <디스클레이머>는 이 극한의 심리 묘사와 추리를 동시에 해내는 심리 스릴러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디스클레이머>원작 소설로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케이트 블란쳇, 케빈 클라인의 출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2024년 애플 티비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호연 배우도 ‘킴’이라는 역할로 등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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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하나의 사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하나의 사건은 시선에 따라 달라지고 오로지 추측만이 오가는 이 상황들이 무서웠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생성되는 나의 편견은 그 이상의 공포감을 조성한다. 소설은 그것을 의도하듯 진실을 곧바로 밝히지 않고 점차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적나라하고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펼쳐질 정확한 진실만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스클레이머 Disclaimer. 면책조항. 출판을 비롯한 미디어에서 말하는 면책조항은 작가가 쓴 내용에 근거하여 어떠한 책임이나 의무를 지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시한 것을 말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이렇게 디스클레이머는 작가에 대한 존중과 사실을 알리기 위한 진실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내재한 어떤 폭력성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만약, 이름을 바꾸지 않은 채, 추측이 가능한 진실이 섞인 왜곡된 사실이 현실에도 존재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에서만큼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위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 책을 아우르는 폭력이 누군가의 존중에서 나왔다는 것을 안다면 쓸 수 있을까? 이처럼 제도의 유용함과 별개로 이 영향력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발로서는 상당한 역할을 하지만 그게 만약 진실이 아니라면?

이 소설은 정말 무서운 책이다. 순간의 판단, 흘러가는 생각, 진실이라 믿는 믿음이 모여 여러 가지 시선을 만들어내었고 그 시선을 읽는 이는 이리저리 휘둘린다. 소설이 내놓은 낚싯줄을 물어 이용되듯 그렇게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그 시선을 통해 당신이 믿는 그 사실이 과연 진실인지를 묻는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녀가 느낀 두려움은 그때의 공포다. 그때의 날씨는 무더운 여름이었으나 입김 서린 한파처럼 자신을 꿰뚫어버린 고통이다. 누군가가 진실을 받아들이고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순간을 여러 번 목격했으나 이보다 더 슬픈 순간은 없었다. 진실은 외면하는 편이 더 쉬우나 그는 진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을까. 그가 고통을 느끼는 게 가슴 아팠다. 실체적인 진실에 입각한 사실을 밝히지 못한 그녀를 누가 감히 욕할 수 있는가.

그녀에게 있어서 과거의 진실은 단지 모성애와 사회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뿐만이 아니었다. 진실을 말하는 시기를 놓쳐 더 큰 짐을 안고 살아야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믿어줄지도 의문이었다. ‘엄마’로서 ‘여자’로서 단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주한 그 사건을 이 숱한 증거가 있다고 해서 이 진실이 받아들여질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진실을 감췄고 그 진실은 더 거대하고도 왜곡된 사실로 그녀를 덮쳤다.

소설은 네 사람의 시선을 통해 하나의 사건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어떤 태도에 집중한다. 현재와 달라지는 모습, 그렇지 않은 모습을 통해 확신을 가진 우리를 비웃는다. 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사실을 받아들이고 또 부각하며 불리한 진실을 감춘다. 나와 상관없는 타인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화끈화끈해진다. 내 선입견이 만든 그녀에 대한 생각과 이 가벼운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혐오감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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