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재 업고 튀어에서 '선재'역을 맡아 큰 활약을 펼친 변우석 배우, 그가 사랑한 책 <종이 여자>를 소개한다. 몇 년 전에 본 소설인데, 방금 본 것처럼 생생한 책이었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변우석 배우가 좋아하게 된 걸까?
책 리뷰
기사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떤 의미로서 사랑이 그들에게 유의미한 존재로 인식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무엇이 그를 절망으로 빠뜨렸는지는 알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 속의 책이 사람들을 오가며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듯 소설 밖의 사람들 또한 이들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고 우리의 삶 속의 소중한 것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로스앤젤레스의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톰 보이드. 어린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 집필한 소설 <천사 3부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하지만 사랑에 실패하면서 창작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잃게 되고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다. 운명적 상대와의 이별과 아픔은 현실도피로 이어졌고 그녀와의 기억에 표류되어 끊임없는 무기력에 빠진다. 차기작은 준비해야 하는 현실과는 다르게 백지상태에 놓인 톰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톰은 구원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오르르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친구들의 말도 들리지 않던 와중, 소설 속 인물이라 주장하는 한 여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빌리. 인쇄소의 잘못으로 파본이 된 톰의 소설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사소한 질문부터 시작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세세한 정보까지 묻기 시작하는데, 모두 완벽하게 대답한다. 심지어는 그녀를 상처 입힐 정도의 질문까지 하는 톰은 스스로가 화풀이하고 있었음을 깨달으며 질문을 멈춘다. 현실에 밀려온 소설캐릭터를 무시할 수 없었다.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친구들이 정신병원에 자신을 가두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챈 톰은 갑작스럽게 빌리와 함께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된다. 빌리가 오르르와의 재회를 도와주는 대신, 톰은 소설을 완결하여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는 조건을 걸게 된다. 과연 빌리는 소설 속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사랑의 부재를 느낀 톰은 확장된 사랑을 느끼면서 사랑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가 다를 수 있었다. 그에게 사랑이란 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상의 세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살아 숨 쉬는 등장인물들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확장해 나간다. 그러던 와중, 사랑에 실패해 절망이 찾아왔고 그 절망을 극복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또, 현실 세상에서 살 수 없는 소설 속 캐릭터가 튀어나오며 혼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애정하던 캐릭터와 함께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절망을 느낄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간다. 그렇게 사랑도 시작된다. 어떤 일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처럼.
기욤뮈소는 전 세계에서도 인기가 많지만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아 그의 소설 속에서 한국에 관련된 소재가 나오기도 한다. <종이여자>에도 한국인 캐릭터가 나온다는 점이 인상 깊다. 순간의 사랑이라고 표현되지 않을 사랑을 담아낸 소설 <종이 여자>. 다소 개연성이 떨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들이 함께 겪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또 사랑이 맞닿는 순간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들의 사랑이 이해가 된다. 어쩌면 이질적 일지 모를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과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남자 주인공을 설정하며 더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은 조건도 따지지 않은 채,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보여준 책이었다.
p 136 제발 괴로움을 핑계 삼아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짓 좀 그만둘 수 없어요? 당신 스스로 무기력의 사슬을 끊지 못하면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돼요. 하긴 새롭게 용기를 내는 것보다 서서히 자신을 파괴해가는 게 훨씬 쉬운 일이긴 하겠죠.
P198 논픽션의 세계의 속한 인물인 만큼 현실의 삶은 내 세계가 아니죠.
p199 당신은 스토리를 만들고 감정과 고통의 느낌을 묘사하는 것에 뛰어난 사람일지 몰라요. 하지만 삶의 소금이 되는 '깊은 맛'을 그릴줄은 몰라요.
p255 하지만 열정은 마약 같은 것이다. 파멸을 부른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일단 그 감정의 굴레에 한번 빠져들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다.
'책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세상의 모든 연두 (0) | 2024.08.14 |
---|---|
[책 리뷰] 리틀 라이프 (0) | 2024.08.09 |
[책 리뷰] 헌신자 (0) | 2024.06.10 |
[책 리뷰] 내일 (1) | 2024.06.05 |
[책 리뷰] 그 여름 노랑나비 (0) | 2024.06.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