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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 드라마 원작 소설

[책 리뷰] 듄2: 듄의 메시아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4.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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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으로 다시 돌아온 프랭크 허버트의 <듄의 메시아>. 1969년 출간된 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폴의 황제 등극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목차

듄의 메시아 7
에필로그 374

책 리뷰


아직 그들의 음모는 끝나지 않은 채,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12년의 지하드가 끝을 맺고 새로운 지도자가 생긴 만큼 그 결과에 대한 반감 또한 존재했기에 폴 무앗딥을 무너뜨릴 공동의 조직이 결성된 것이다. 무앗딥의 몰락은 그들에게 있어서 큰 기회였으며, 승리로 거듭날 경우 다시 자신들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돌아갈 터였다. 이 흉악한 음모는 하나의 몸이나 마찬가지인 폴과 알리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시간 속의 물결을 이용하여 시야를 가리고 예지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었다. 여전히 남아있는 음모세력들은 이러한 약점을 이용하여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운다. 우선, 틀레이락스의 골라(복제인간) 기술을 통해 던컨 아이다호를 살려낸다. 그리고 그를 다목적으로 쓰일 수 있게 사우다카의 교관으로 쓴다던지, 무앗딥 황제를 암살할 수 있도록 암시를 한다던지(폴의 하코넨의 유전자 인식 - 암살), 알리아를 유혹하는 조건(하코넨의 충동적인 유전자 - 남자다움, 멘타트)을 갖추어 놓았다.

틀레이락스 - 유전공학기술을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세력. 멘타트, 젠수니 철학자와 같은 모든 종류의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음. 죽은 자의 세포로 복제인간인 골라를 만들어냄,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본체를 완벽하게 연기하는 가면 춤꾼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보유함.


듄은 포위되었지만 동시에 권력의 중심이 된 역설의 행성이 되었다.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지금의 처지는 새삼 실감이 됐다. 존재 자체가 종교가 된 무앗딥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히게 된다. 자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폭군'이라는 명칭에 책임감을 통감해야만 했다. 불현듯 찾아오는 예언은 "떠나라"라는 목소리로 그를 잠식했고 어느샌가부터 생명이 소진될 정도로 힘써야 할 정도로 미래의 환영은 흐릿하게 보였다. 무앗딥은 예지의 환영인가. 프레멘인가. 사랑과 지하드 사이의 자신을 포기하겠다는 결론을 맺게 된다. 어떤 선택의 결과의 대가든 자신이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생각한 것이다. 무앗딥의 독특한 영향력은 스스로에게 있어서 강박을 만들어내었고 수많은 시간 속에 갇혀 미래가 현재인지, 현재가 미래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마음이 통한 듯 알리아는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사막의 봄, 시하야, 챠니 카인즈. 폴의 전부이자 영원한 사랑이다. 길지 않지는 않지만 안식처럼 깊은 사랑은 유일한 안식이었으나 사무친 아픔이었다. 그 영원한 시간을 뒤로 하고도 그녀를 위한 선택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랑을 위해 힘쓰기엔 그의 앞에 놓인 미래의 불행함과 그의 이름으로 위장된 끔찍한 신격화가 폴을 막아섰다. 챠니에게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는 없었다.

아, 우주의 어린 통치자님,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시지요. 지금은 나의 시간이니까.


폴이 제위에 오른 후, 알리아는 참모로 활약하였다. 제시카의 뱃속에서부터 각성하여 성인 수준의 지능과 예지력을 가졌다. 그 후, 블라디미르 하코넨 남작을 독침인 곰 자바로 살해했다. 동시성이 곧 통일성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었던 만큼, 제시카의 많은 것을 물려받았으나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인격이 형성되기 전에 선대 대모들의 기억들을 각성했기 때문에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어머니인 제시카가 자신처럼 느껴졌고, 아버지인 레토 공작이 자신의 연인처럼 느껴졌으며, 오빠인 폴이 오빠처럼 느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오빠인 폴이 예지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어려움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존재였으며, 폴처럼 그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많은 이들이 평화를 찾았지만 무앗딥은 그러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광신도가 된 만큼 폴은 큰 위협을 느낀다. 예지력의 틈을 노린 수많은 음모를 보지 못했고, 정화된 정신의 속박에 갇혀 시간의 바다를 혼탁하게 만든 무언가를 갈구하게 된다. 그들이 가진 음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의도대로 따라주지는 않는다. 예언을 기반으로 꾸려진 것들이 나라를 좌우할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해야 할 것이 존재했다. 이미 무앗딥의 지하드는 무한한 어둠에 갇혔으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은 정해져 있음을 무앗딥은 알고 있었다. 나의 일부를 내어주고 전부를 찾을 수 있다면 자신을 지울 수 있다는 그 다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미래를 본다는 것이 미래를 결정짓는 일인 걸까. 지나치게 많은 예지를 본 탓인지 그는 자연스레 자신의 모든 능력이 무력화된다. "떠나라"는 목소리로 그 길에서 내려왔다면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그는 지하드와 신격화에서 자유롭기 위해 모든 힘을 소진한다.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미래에 간섭했으며 자신의 존재를 지움으로써, 비로소 해방된다. 그는 황제도, 신도 아닌 채로 하나의 프레멘이 되어 사막의 한가운데로 사라진 것이다.

그가 선택하지 않은 신격화로 인해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 길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끊임없이 자신에게 찾아올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노력한다. 그것이 신격화를 지우기 위함인지, 진정한 평화를 위한 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그가 '해방'을 이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총량은 물론이 거와, 한 대상을 신격화하여 그 모든 이유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정당화시키는 것을 감히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불필요한 희생이 뜻하지 않아도 발생하게 된다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 아마 폴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떠나라"는 목소리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스스로 움직인 그 모든 일을 자신의 손으로 끝낸 것이다. 그 의지는 음모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게 했으며 확신이 아닌 당혹스러움으로 물들게 만들었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다소 불친절한 설명이 있는 만큼 모든 감각을 세워 봤다. 1편과는 다르게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아서 좀 어렵게 느껴졌지만 올곧게 서있는 폴의 의지만큼 책을 감상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다시 시작된 음모와 그릇된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만큼 2편은 폴의 끝도 없는 불행에 서글픔을 느꼈다. "초인은 인류에게 재앙이다"라는 말처럼 폴의 불행 또한 예고된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계획대로 폴은 몰락했으나 그들이 바라던 대로의 모습은 아니었다. 특히 다시 돌아와서 충성심을 발휘하는 던컨 아이다호나 정통적인 유전자를 남기지 않은 폴처럼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소설을 보며 그 욕망을 끊임없이 표출하고도 또다시 선택된 자들을 목적에 의한 도구로 여전히 쓰이는 것에 분노가 일었다. 스스로의 지나침에 의해 계획에 실패한 이들은 과연 이 음모를 멈출까.

우리에겐 영원이 있소, 내 사랑.
당신에겐 영원이 있을지 모르죠. 내게 있는 건 지금뿐이에요.
하지만 지금이 바로 영원이오.

 

38p 믿음은 조작될 수 있죠. 위험한 건 지식뿐이다.
40p 모든 문명은 집단의 거의 모든 의식적인 의도를 차단하거나 배신하거나 취소시킬 수 있는 무의식적인 힘과 투쟁해야 한다.

43p "다스리는 사람은 다스림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책임을 진다. 너는 머슴이다. 그래서 때로 네가 다스리는 사람에게는 기껏해야 즐거운 일에 지나지 않을, 사심 없는 사랑의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49p 예지의 환영 속에서 그는 물결처럼 흔들리는 천위에 놓은 수많은 '시간선'들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59p 이 미끼에 굴복했기 때문에 길이 하나밖에 없는 삶에 자신이 고착되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예지력이 미래를 알려주지 않은 게 아닐까? 어쩌면 예지력이 미래를 '만든' 건 아닐까? 그가 그 옛날의 각성 속에 스스로를 가둬버리고 미래의 거미줄에 자신을 노출시켜서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서운 입을 벌리고 그를 향해 다가오는 미래의 거미줄에 희생자가 되어버린 걸까?

116p 지나친 분석은 진실을 손상시킨다.

153p 경계의 바깥은 괜찮았다. 그리고 경계의 안쪽, 여기에 진정한 공포가 있었다.

192p 그의 달이 사라지듯이 그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그의 환영은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 그 끔찍한 목적은 그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육체가 스스로 굴복한다. 영원이 자신의 것을 회수한다. 우리 육체는 이 물을 잠깐 휘저으며 삶과 자아에 대한 사랑 앞에서 취한 듯 춤을 추고 몇 가지 기묘한 생각들을 논한 다음, 시간의 도구들에게 굴복했다. 이것에 대해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발생했다. 나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발생했다.' 폴은 생각했다.

282p 사랑을 기초로 정치를 세울 수는 없소, 백성들은 사랑에 관심이 없지, 사랑은 너무 무질서하니까. 그 들은 차라리 전제 정치를 더 좋아하오. 자유가 너무 많으면 혼란이 생기게 마련이오. 그럴 수는 없지, 그렇지 않소? 전제 정치를 어떻게 사랑스러운 것으로 바꿀 수 있겠소?

313p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실질적인 사건들의 연속성이 예지력에 의해 지루할 정 도로 정확하게 드러나는 일은 없다. 예언은 사슬처럼 이어진 역사 속에서 떨어져 나온 사건들만 파악할 뿐이다. 영원은 움직인다. 영원은 예언과 탄원자들 모두에게 똑 같이 영원 자체를 짊어지게 한다. 무엇딥의 신민들이 그의 위엄과 예지의 환영을 의심하게 두어라. 그들이 그의 능력을 부인하게 두어라, 그들이 결코 영원을 의심하지 못하게 하라.

334p 어쩌면 흔적도 없이 죽음을 맞는 것이 꽤나 까다로우면서도 호의적인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 흔적 하나 없이 행성 전체를 무덤으로 삼는 죽음이 될 테니까.

362p 이 말을 하면서 폴은 환영과의 연결고리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무한한 가능성들에 압도당한 그의 정신이 움츠러들었다. 그가 잃어버린 환영은 바람 같은 것이 되어 마음 내키는 대로 불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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