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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듄4: 듄의 신황제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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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볼 때마다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이 허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볼 때가 많다. 나에게 닿지 않는 수많은 생각들이 그들을 괴롭히고 끊임없이 죽음의 길로 이끌 때면 결코 영웅의 존재가 구원으로 귀결되지 않음을 체감하게 된다. 존재할 수 있지만 허상으로서 모두를 죽이고 나서야 멈추는 폭주 기관차처럼 계속해서 '신'의 존재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무지함에 한탄스러웠다. 이 길이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가봐야 아는 그런 끔찍함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의 끝은 어떻게 장식될까. 

 

 

듄4: 듄의 신황제는 더욱 큰 그릇으로서 수많은 조상들을 담고 있는 신황제 레토 2세를 보여준다. 그는 황금의 길로 인류를 인도하는 데 성공하고 세월이 지나면서 레토는 인간의 모습을 잃고 벌레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담은 만큼 더 큰 힘, 더 큰 의식, 그리고 거대한 예지력으로 절대적인 권력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그는 폭군으로 거듭나게 되고 수많은 반란군을 만들어내었다. 그것 또한 계획의 일환인 것처럼 레토는 그 모든 것을 즐겼고 모레벌레와 한 몸이 되어가면서 인간성을 잃어갔다. 레토가 아트레이데스의 신념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것에는 분명해 보였다. 그가 베네게세리트에게서 유전자 교배 계획을 뺏어 오면서 또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던컨 아이다호의 재생력과 그의 유전자 보존은 분명히 레토의 계획임에 틀림없었다.

 

시오나는 레토가 사람을 죽인다고 했고 그는 위협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그녀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그를 부정하였으며 '반란군'의 세력은 점차 커지기 시작하는 모양새였다. 그것을 아는 듯 레토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일기를 흘렸고 그 기록들은 레토의 약점을 찾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 시오나의 존재는 레토에게 있어서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아라키스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었던 레토에게 있어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관심을 끄는 일이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던 것이다. 그의 계획대로 생겨난 존재였지만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은 시험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시오나가 반란군을 이끄는 것도, 던컨 아이다호가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선을 넘으면 자신 안의 모래 벌레가 꿈틀거리며 분노가 솟아올랐지만.

 

예지력은 절대적인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레토에게 항상 즐거운 일이었다. 이 개방된 우주에서 내면에서 자유를 찾을 인류가 반드시 필요했다. 자신의 죽음조차도 계획되어 있었던 레토에게 있어서 장기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류가 반드시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의 통치자 또한 필요했던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죽음'을 선사하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구성한다는 말에는 '깨달음'을 전해준다. 자신의 의식을 깨워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갈망은 그의 의식을 맴돌았다. 수십 년이 한순간에 지나가는 레토의 마음 한 구석에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 또한 생겨나지만 자신 안의 아트레이데스가 그것을 막아섰다. 그럴 때마다 황금의 길은 깜빡였고 그럴때마다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수많은 미래와 현재 그리고 과거를 보는 그에게도 두려움은 존재했다. 폭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한다는 말은 이런 뜻을 가지고 있었다. 미래에는 고통스러운 일로 가득하니 과거가 평화롭게끔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익스의 의도적인 계획에 휘말리게 하는 존재가 나타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흐위 노리. 그의 평생에 있어서 유일한 사랑이자 이루어질 수 없는, 이루어져서도 안 되는 존재였다. 그는 신황제와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그의 감정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황금의 길을 파괴하도록 만들어졌다. 실제, 익스 인들의 계획대로 그녀에게 매료되었고 그녀를 거부할 수도 해칠 수도 없었다. 또한, 레토와 던컨 사이의 갈등을 커지게 만들어 던컨이 레토의 암살을 계획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흐위 노리의 존재는 레토의 인간성을 두드러지게 만들었고 황금의 길이라는 계획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 수 있게 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아는 레토에게도 존재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시켜 주는 존재였다.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위협과 두려움은 늘 있었지만 종교가 아닌 그 상대를 제거하기 위한 반란으로 표출되는 이야기다. 버틀레리안 지하드에 대한 이야기 또한 언급되며 레토에 대항하기 위해 '기계'를 다시 꺼내든다. 기계의 부활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오나는 반란을 위해 나섰지만 중요한 것을 놓쳤다. 자신이 통치자로서의 자질이 있다는 것과 버틀레리안 지하드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모른다는 것. 기계는 생각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리고, 의존은 약하게 만들며,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과 판단하는데 필요한 자아가 강탈된다는 것이다. 레토가 시오나를 시험에 들게 하며 미래를 보여준다. 의식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것에도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 저항력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황금의 길을 거치게 되면 기계와의 공존 또한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였다. 

 

소설 속의 모든 이야기는 한 사람의 계획임을 한참 후에나 이해하게 되었다. <듄의 신황제>에서는 반란과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듄을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보아야 함을 늘 느끼게 된다. 이 무의미함과 허상은 소설을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 모든 절망 또한 희망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환이 아닐까. 넘어지는 방법을 알아야 일어나는 방법 또한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레토는 시오나에게 그런 가르침을 주었다. 폴 무앗딥, 그리고 레토 2세를 바라볼 때면 마음이 저며온다. 그들이 선택하지 않은 예지력과 반드시 필요한 희생은 당연한 불행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눈먼 전체성의 무한한 분열과 재분열. 그 말 자체로 무섭지 않은가. 미래를 본다는 사실로 인해 찾아오는 두려움과 사랑을 갈구하는 그 마음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존재할 수도 있었지만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영웅이라는 존재로 표현되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은 퀴사츠 해더락이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46p 급진주의자들은 항상 너무 단순한 틀 속에서 사물을 바라보지. 검은 것과 흰 것. 착한 것과 사악한 것. 그들과 우리. 복잡한 문제를 그런 식으로 다룸으로써 그들은 혼돈을 향한 통로를 거칠게 열어젖힌다. 그대가 말하는 통치의 기술이라는 건 혼돈을 지배하는 거야.

80p 적들은 너희를 강하게 만든다. 동맹은 약하게 만든다.

114p 그대의 주는 그대의 가슴 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오늘 그대의 영혼은 그대의 심판자로 충분하다. 증인은 필요하지 않다. 그대는 그대의 영혼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대의 분노에 귀를 기울인다.

168p 우리의, 너희와 나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이 무엇인가? 너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조상의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내 기억은 번쩍이는 의식으로 내게 다가온다. 너희의 기억은 시선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작용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본능 또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이 기억들은 자기들의 힘을 우리들 각자에게 적용하고 우리는 그 힘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너희에게는 그런 영향력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갈릴레오다. 나는 이곳에 서서 너희에게 말한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유한한 생명을 지닌 그 어떤 힘도 일찍이 감히 막지 못한 방식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다. 나는 감히 그것을 해보려 한다.

264p 듣는 것은 듣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므로 다시 그 자신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다. 그냥 말일 뿐이다. 내가 그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은 사라져 버렸다. 아무도 그 말을 듣지 못했으므로 그 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마 그것을 다시 존재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누군가가 그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334p 남자들로 이루어진 군대에서 충성심은 그 군대를 길러낸 문명보다는 군대 자체에 집중된다. 여자들로 이루어진 군대에서 충성심은 지도자에게 집중된다.

684p 난 내 조상들 중 한 명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사람으로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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