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의 첫 번째를 여는 1965년 <듄>. 네뷸러상, 휴고상 수상을 하며 20세기 최고의 SF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듄 시리즈>가 드니 빌뇌브 감독을 통해 37년 만에 영화화 되면서 원작 소설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듄>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방대한 세계관으로 인해 영화 <듄 파트:1>과 <듄 파트:2>가 원작 소설 <듄> 1권에 해당한다. 1편은 원작의 중반에 해당하는 내용을 그대로 담아내었지만 2부는 상당히 각색된 부분이 많다. 실제 책을 봤을 때, 긴 것도 긴 것이지만 방대한 세계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 사람의 손에서부터 나왔다는 사실과 흥미로운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시간만 된다면 읽던 자리에 계속 앉아 잠도 안자고 계속 보고 싶을 정도였다. 활자로 표현된 글들을 머릿속에 새기고 다시 글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소설 속에서 이룰란 공주의 저술로 스포일러를 남발한다는 점이 특징적이지만 어떻게 정확하게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꼭 읽어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해당 글은 책의 내용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며 봐주시길 바란다.
목차
듄 7
부록 1 . 듄의 생태계 893
부록 2 . 듄의 종교 907
부록 3 . 베네 게세리트의 의도와 목적에 대한 보고서 920
부록 4 . 귀족 연감 924
아라키스의 지도 926
제국의 용어들 927
주의
이후 내용은 중요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 후기
버틀레리안 지하드는 듄 시리즈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反) 기계운동으로 모든 컴퓨터와 생각하는 기계와 의식 있는 로봇이 파괴된 결과를 맞이했다. 기계에 의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각하는 기계의 사용이 금지되고 대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수련한 인간인 멘타트로 대체된다. 버틀레리안 지하드 이후 인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 집단이 생겨난다. 바로 여성들이 주축으로 한 베네 게세리트이다. 그들은 종교 통합 운동의 하나로 하여 정치적 공작뿐만 아니라 인류 개량 작업을 시행한다. 코리노 황가의 여성들은 반드시 베네게세리트여야 하는 것처럼 영향력이 상당하다. 베네게세리트는 개개인이 마녀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훈련을 통해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집단이다.
버틀레리안 지하드는 설정으로만 존재한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황제의 명령으로 아라키스에 정착하게 된다. 레토 공작은 황제의 속내를 알면서도 스파이스의 이득이 워낙 컸기에 거부할 수 없었던 터라 아라키스로 떠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황제를 견제하기 위해 하코넨 가문과 적대적인 프레멘 부족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특히 프레멘의 전투력은 우주 최강의 무력 집단이자 황제의 직속 부대인 사다우카에 맞먹기 때문에 그와 힘을 합쳐 대항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세력을 키워나가던 중 내부의 배신자로 인해 하코넨의 습격을 받아 멸망하게 되고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게 된다. 가문의 수장인 레토 공작은 블라디미르 하코넨 남작에 의해 사망, 투피스 하와트는 포로로 잡혀 하코넨의 멘타트가 되고, 거니 할렉은 밀수업자가 되었으며, 레이디 제시카와 폴 아트레이데스는 사막으로 도망치게 된 것이다.
한순간에 나라를 잃은 이들은 잇따른 혼란을 견디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저마다의 희망을 되찾으며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아라키스의 사막에서 살아남은 폴은 아라키스의 사막에서 살아남아 프레멘이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기 시작한다. 폴이 스파이스 멜란지에 노출되면서 각성하는 모습을 본 제시카는 그런 모습을 바랐으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아들의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왠지 모를 위압감에 두려움을 느끼며 아들의 뒤를 따른다. 그러던 중, 프레멘과 마주치고 자신의 위치를 시험하고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게 된다. 프레멘의 일원이 된 폴은 우슬 그리고 무앗딥이, 어머니 제시카는 생명의 물을 섭취하여 프레멘 집단의 대모가 되었다. 프레멘을 이끌 방법의 하나는 폴 자체를 종교로 만드는 것이었다. 제시카는 그 목적을 이용하였고 일부 프레멘들의 의식이 전체로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디 - 프레멘의 메시아 전설에서 '우리를 낙원으로 이끌어줄 자'라는 의미.
우슬 - 프레멘의 말로 ‘기둥의 기초’라는 의미. 폴의 프레멘 이름
무앗딥 - 아라키스의 환경에 맞게 진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생존 능력이 뛰어난 캥거루쥐. 아라키스의 두 번째 위성이 보름달일 때 보이는 '캥거루쥐' 형상을 가리키며, 프레멘의 전승에서는 사막에서 가장 지혜로운 존재로 불림. '스스로 물을 만드는 자'라 받아들여짐
샤이 훌루드 - 모레 벌레. 프레멘들의 신이자 창조자. 번식 과정을 통해 스파이스 멜란지를 생산됨.
스파이스 멜란지 - 사람의 노화를 막고 수명을 수백 년 단위로 연장시켜 줌, 예지 능력 발달, 섭취 중단 시 사망, 중독증상으로 눈동자뿐만 아니라 흰자까지 모두 파래짐. 이를 이바드의 눈이라 부름.
생명의 물 - 샤이 훌루드가 되지 못한 모래 송어를 물에 담가 죽이면 나오는 물. 고도의 신체 제어 능력을 이용하여 체내에서 변화시키지 못하면 사망.
'무앗딥 신앙' - 이로 인해 황제가 불안감이 생겼고 아라키스로 내려오게 됨
폴은 아버지의 강인함, 어머니의 지혜로 진정한 공작 그리고 퀴사츠 헤더락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미 멸망과 맞닿아 있을지 모를 미래를 조금씩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사이 운명처럼 늘 자신의 곁에 있는 챠니에게 사랑을 약속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서로는 두려움을 이겨낼 사랑이자 영원함을 꿈꿀 수 있는 운명이었다. 그 사이 페이드 로타는 하코넨의 후계자로 자리 잡기 위해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게 된다. 그리고 프레멘의 지도자인 스틸가로부터 아주 평화적으로 자리를 넘겨받게 되면서 아라키스의 정당한 통치자 폴, 프레멘의 지도자 스틸가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된 것이다. 폴은 미래의 선택과 결과를 알면서도 막연하고도 사소한 불확실성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뒤죽박죽 된 상황을 인지하게 된 폴, 스파이스로 흐려진 예지능력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생명의 물로 의식의 확장을 하고 다시 깨어난다. 또 다른 미래를 장식하기 위해 폴은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황제에 맞선다. 그 사이 하코넨이 들이닥쳐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동생 알리아를 포로로 데려간다. 그 앞에 폴이 나타나 황위를 내놓으라고 말한다. (사실 협박에 가깝다. -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라키스의 스파이스를 모두 없애겠다고 말했다.) 샤담 코리노 4세는 펜링 백작에게 폴을 죽이라 명하지만 퀴사츠 헤더락 후보였던 그는 차마 죽이지 못한다.
하시미르 펜링 백작 - 그는 퀴사츠 헤더락 후보 였으나 성불구 라는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퀴사츠 헤더락이 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퀴사츠 헤더락인 폴을 이해할 수 있었고, 죽이지 못했다. 샤담 코리노 4세가 유일하게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존재.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마고트 펜링 백작 부인 - 베네게세리트. 제시카와 인연이 있으며, 그녀에게 메시지를 남겨 배신자가 있으며, 제시카의 남편과 아들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린다. 하시미르가 아이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모히암 교모가 페이드 로타의 아이를 가지라고 명했다.
황제의 직위 - 페디샤 황제
자신이 죽어도 프레멘들은 자신을 순교자로 모시며 싸울 것이고 자신이 이겨도 프레멘들은 무앗딥이 무적이라 믿으며 싸울 것이다.
세상이 멸망하고 새로운 자리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서 자리를 잡는다. 인간의 번영과 미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고 그를 통해 이 세상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수많은 계획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한 사람의 존재는 수단으로써 작용하고 있다. 황제의 음모, 견제에서 시작된 일들은 철저히 계획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렇게 누군가를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은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어떤 생각을 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세상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한편, 폴은 기약된 미래와 흘러들어오는 기억을 통해 뛰어난 자들을 모두 뛰어넘으며 거듭된 성장을 하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주하는 것들에 혼란을 느끼기도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불안을 잠재워야 했다. 일련의 과정은 리산 알가입, 혹은 진정한 퀴사츠 헤더락으로서 거듭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큰 지혜와 깨달음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그 미래와 죄책감을 견뎌야 하는 큰 책임감 또한, 가지게 된다. 어떤 선택이 올바른지 알 수 있으며 설령 끔찍한 것이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폴은 자신의 상황을 '무한히 겹쳐있는 불운을 위해 죽음이 매달려 있었다'라고, 표현한다. 시간의 연결점, 그 안에서 요동치는 거대한 변화. 그 결과 선의 끝에서는 항상 자신의 시체가 보였다. 자기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지하드로 인한 광적인 아트레이데스 광신도 군단이 무앗딥의 이름으로 온 우주를 불태우는 모습이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미래를 바꾸기 위해 무한한 심연으로 빠져들게 된다. 거대한 것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서는 거대한 힘이 필요했고, 자기가 죽어도 어머니나 동생을 통해 이어질 것이라 말한다. 과거가 되어버린 미래, 혼란이 닥쳤을 때, 해결할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하코넨을 제거해야 하며 이곳을 장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이 감히 정복할 수 없는 것을 꿈꾸고, 보이지 않는 종교를 통해 통제하려는 것들이 사실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많이 갈리는 편이지만 개입된 미래에 녹아있는 광기를 마주했을 때, 영웅이 과연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허무하고도 무의미한 의문이 들었다.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설 것이며
두려움이 나를 통해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두려움이 지나가면 나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이 지나간 길을 살펴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남아 있으리라.
입 밖으로 새어나온 그 말들 사이 새어 나오는 진실의 언어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계획대로 세상의 모든 것을 진행해 온 베네 게세리트. 곳곳에 그들의 통제가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다만,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 있다면 그들의 끼어든 계략으로 인한 미래 계획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중심에 자리 잡은 베네게세리트는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미래와 인류의 번성을 위해 일하지만, 그것이 그릇됨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은 알려고 하지 않았다. 프레멘. 조합이 위성을 통해 염탐하지 못하도록 엄청난 양의 스파이스를 뇌물로 바치고 있다. 그래서 눈에 띄어서는 안 되고 낮보다는 밤이 더 안전한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아라키스를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곳으로 만들어 가며 조금씩 천천히 변화시키는 모습이다. 퀴사츠 헤더락은 온전한 선조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절대적인 예지 능력을 지니며, 이 예지를 통해 인류를 가장 올바른 길로 이끌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이 퀴사츠 헤더락을 만들기 위해 베네 게세리트는 아이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으로 1만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교배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퀴사츠헤더락은 각성한 직후 '죽음'을 선택하려 한다. 그 이유는 퀴사츠 해더락이 이끄는 미래가 인류의 번영이 아닌 은하 규모의 대전쟁이기 때문이다.
퀴사츠 헤더락의 통제를 위해 하코넨의 충동적인 유전자를 심어둔다.
저는 보여요, 꺼지지 않는 들불처럼 우주를 뒤덮는 종교 전쟁이, 아버지의 두개골을 신전처럼 숭배하는 광신도 군단이. 제 이름을 건 전쟁! 모두가 제 이름을 외친단 말이에요!
책을 읽는 내내 <듄>의 방대한 세계관에 푹 빠져들어 새벽이 넘어서야 잠이 들곤 했다. 복잡한 구조와 섬세한 묘사는 계속해서 책에 빠져들게 하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흥미로웠으며 실제 있는 우주를 바라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특히 폴 아트레이데스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그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다만, 그의 불행함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퀴사츠 헤더락으로서의 미래가 정말 걱정이 됐다. 과연 그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그의 사랑이자 사막의 봄, 시하야인 챠니와의 사랑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지 계속해서 진행될 이야기를 통해 확인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듄>은 권력과 종교,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만든다. 초능력을 가진 이가 가진 두려움과 책임감이 특히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는데, 그것에 대한 회의감을 상당히 잘 표현했다. 실제 프랭크 허버트는 "초인은 인류에게 재앙이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이 <듄>을 읽으며 더 깊이 와닿았다.
17p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403p 그는 예언자의 사소한 선택, 예를 들어 예언할 때, 단어의 선택 같은 것들이 미래의 한 측면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의 비전은 넓다. 그러나 사람이 그 비전을 한번 통과하고 나면, 시간은 굳은 문이 되고 만다." 그는 또한 분명하고 안전한 길을 택하고 싶다는 유혹과 함께 싸우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길은 언제나 정체로 이어진다."
406p 소년은 이제 어른의 가면을 쓰고 슬픔을 가린 채 자신이 지금 받아들여야 하는 단 하나의 지위, 즉 공작의 지위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425p 그대가 경멸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를 통해 그대가 진정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509p 너의 동족들이 영웅의 손에 떨어지는 것보다 더 끔찍한 재앙은 없다.
545p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이 동굴 안에 존재하는 시간의 연결점이었다. 수많은 가능성들이 이곳에 집중되어 요동치고 있었다.
593p 진보라는 개념은 미래에 대한 공포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 장치 역할을 한다.
622p 그는 현재를 점령하고 있는 과거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지력의 진정한 시금석 바로 미래 속에서 과거를 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갑작스레 깨달았다.
시금석 -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667p "강한 사람은 너야, 챠니. 내 곁에 있어줘." 그가 중얼거렸다.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그녀가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741p 그는 미래에서 보이는 시간의 중앙선 위에 남아있어야 했다. 위치에 있지 않으면, 미래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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