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유망한 어린 소년의 앞날은 가혹했다. 이 이야기는 자비스뿐만 아니라 같은 경험을 하는 모든 소년에 대한 것이다. 그들이 실수를 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경험은 그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교도소에서 시작되는 자비스의 현재는 확실히 과거와는 아주 달랐다. 어떤 경험이 과거의 그를 오늘의 그로 변하게 했을까. <붓다가 된 흑인 사형수>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인생 수업에서 알아보자.

목차
작가의 말
서문_페마 초드론
들어가며
1장 첫 번째 기억들
2장 구출
3장 평범함의 맛
4장 친구들 그리고 다툼
5장 가족
6장 갑자기 찾아온 환멸
7장 마음이 부서지다
8장 학대로부터 탈출
9장 맥라렌 홀
10장 소년 마을
11장 길 안팎에서
12장 진짜 사나이 되기
13장 목줄 풀린 개
14장 추억이 깃든 집
15장 함께 세상에 맞서다
16장 캘리포니아 청소년 교정청
17장 엄마의 꿈
18장 모닝콜
19장 스스로 수렁에 빠지다
20장 내려가고, 올라가고, 넘어가다
21장 통제 불능
22장 로빈 후드
23장 샌 퀜틴
24장 핏불
25장 분노를 비추는 거울
26장 또 한 번의 6월
27장 자유로 가는 길
28장 날개
작가 후기
감사의 말

책 리뷰
고통과 상처, 그리고 광기 어린 폭력으로 둘러싸인 과거의 기억은 그를 그 자리에 고착시켰다. 무작위로 벌어지는 폭력은 다음은 내 차례가 될지도 모를 두려움의 학대로 이어진다. 어떤 말을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일지도 몰랐다. 불안한 상황 속에서 기어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곧바로 가정과 분리된 자비스와 형제들은 그날 이후 함께할 수 없었고 오랜 시간 떨어져야만 했다. 그 후 다정하고 따뜻한 프롬 부부를 만나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살아가던 중, 함께 하지 못하게 되면서 또 다른 위탁 가정으로 보내지게 된다. 그 순간부터 자비스의 삶은 혼란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상황은 통제할 수 없는 만큼 불행한 기억들로 가득했다. 물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 엄마에 대한 사랑이 자신을 지탱해 주었지만, 그들과 함께할 수 없었다. 혼란은 방황으로 이어졌고, 선택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곳으로 자신을 이끌게 된다. 그만큼 선택권이 많은 순간도, 자기 삶 곳곳에 심겨 있는 따뜻한 사랑의 순간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훨씬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라 그때 당시에도 같은 기분을 느꼈을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렇게 어른들이 그의 삶을 방치했지만, 그는 붓다로부터 구원받아 자신의 삶을 닦아나갔다. 자신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사형수의 이야기는 쉽게 읽히지 않는 만큼 한 사람에 대한 평가 또한 쉽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비스의 인생 경로를 그저 따라가며 어떤 끝을 맺게 될지도 주목하게 만든다. 자비스는 헤로인에 중독된 엄마와 폭력적인 새아빠 사이에서 자랐고, 분리 조치되어 위탁 가정에서 살게 됐다. 프롬부부는 진심으로 자비스를 대해주었고 자비스 또한 그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새로운 위탁 가정으로 옮겨졌고, 또 다른 학대의 온상에 놓이게 된다. 신고를 할 수 없었기에 그곳에서 탈출해야만 했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범죄에 노출됐다. 보호 분리가 또 다른 방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간이었다. 옳고 그름을 '처벌'을 통해 알려주는 어른들뿐이었던 자비스는 사회에 의해 방치되었다. 그가 처음 교도소에 들어왔을 때,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불자'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인지할 수도 없을 만큼 흘러가 버린 세월을 이제야 직면하게 된다. 늘 잘못된 선택을 거듭하며 살아왔던 그는 사형수가 되며 제한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살아갈 현재를 꾸려 나가기 위해 내가 나를 도울 방법을 이제야 찾게 된 것이다. 많은 것이 부정되는 상황 속에서 불도의 길을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명상하고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기 시작하니 내면의 변화 또한 찾아왔다. 자신이 죽더라도 자신에게 선량한 죽음의 책임이 없음을 알기에 양심의 가책 없이 죽을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철망과 깨진 창문 틈새의 자유가 아니라 진정한 내면의 자유에서부터 오는 것이었다.
<붓다가 된 어느 흑인 사형수>는 그의 유무죄를 따지지 않는다. 불교가 그의 안에 웅크려 있는 선함을 끄집어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의 비중이 크지 않아 좀 아쉽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사람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충분히 가능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어떻게 주어진 환경에서도 자신의 또렷한 선함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자신의 불교다움을 여전히 증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붓다가 된 흑인 사형수>에서는 가혹한 환경과 잘못된 선택들로 얼룩진 삶 속에서도, 결국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고 내면의 평화를 얻는 과정을 그려낸다.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환경 속에서도 불교를 통해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고, 자신을 구원하는 과정을 독자에게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단순히 범죄자나 사형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진정한 자유와 구원이 외적인 조건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만, 불교의 가르침이 자비스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불교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과 자비스의 범죄와 그에 대한 법적, 도덕적 평가에 대해 깊이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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