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 배우의 연기가 기대되어 감상했던 백승빈 감독의 <아이 엠 러브>. 부산국제영화제 지석 부문에 선정된 작품이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사랑(장선)은 자신이 일하는 약국에 매일 들르는 철수(이유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철수는 약사이자 사랑의 사촌 동생인 종희(한해인)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엇갈리고, 가닿지 않는 마음과 시선. <아이 엠 러브>는 이 응답 없는 사랑, 지독한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 이의 절박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 처연한 엘레지, 그럼에도, 포기를 모르고 더 많이 사랑하겠노라 다짐하는 사랑에 매혹된 자의 사랑 찬가다. 말로 자신을 드러내는데 한참 서툰 사랑은 그 대신 시인 W. H. 오든의 사랑 시(時)를 제 삶의 지표로 삼고, ‘러브’라는 이름의 여인이 사랑 때문에 벌였다는 비극적 사건에 빠져들고 몰두한다. 사랑에 압도된 사랑. 과연 이 사랑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끝에 이르면, 사랑이 그토록 찾던 진공상태와도 같은 편안함에 이를 것인가. (정지혜)
사랑에 대한 시선을 그린 영화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나에게는 그녀의 사랑이 집착으로만 느껴졌기에 와닿지 않았다. 사랑이라기엔 소름 끼치는 행동력에 이해 또한 가지 않았다. ‘시’라는 아름다운 어구에 가려진 도 넘은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다가갈 용기는 없으면서 누군가를 향한 시선은 차단하려는 그 이기심을 감당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때론, 넘치는 사랑이 누군가에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같기도 하다. 사랑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마주하고 있을 때, 시작되는 거니까. 엇갈린 마음은 닿을 수 없다.
무기력함, 공허함, 그리고 울분에서 시작된 어떤 사랑은 의외의 공간인 무덤에서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위로를 받고 시를 써내려 가며 자신의 감정을 정리한다. 어떤 믿음에 의해 배제되기도 하며 끊임없이 영혼이 떠난 자리를 맴도는 사랑이다. 이름과는 다르게 그녀에게는 사랑과는 거리가 먼 생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숭고하게 여긴다. 그래서 사랑을, 그리고 사람을 막대하는 이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사랑은 철수를 사랑한 걸까. 사랑하는 마음을 사랑한 걸까. 곳곳에 담긴 사랑의 흔적에 눈이 갔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노래한 러브라는 여자처럼 사랑의 찌꺼기만이 남아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끝내 사랑의 시선은 스크린 너머의 ‘나’에게 닿는다. 누구나 겪을 그 사랑은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지키고 있냐고 그렇게 묻는 것 같았다. 사랑 그 자체가 되어버린 ‘사랑’의 결말이 궁금하면서도 섬뜩했던 마지막이었다.
잘하려 할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사랑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이야기 전개였다. 한참 스토킹 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영화의 등장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이 영화를 결코 달콤한 짝사랑의 여정으로 볼 수 없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에게 하는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많은 뉴스로 보았다. 남성이 여성에게 사랑을 강요하는 행위가 스토킹인 것처럼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강요하는 행위 또한 스토킹이라는 것을 언제나 유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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