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는 시간 순서가 아닌 내가 쓰고 싶은대로 쓸 예정이다. 브런치에 쓰기는 애매하고, 그냥 남겨두기엔 아까운 영화들을 차례대로 써보기로 했다. 정말 이상하고도 미묘하지만 매력적이라 계속 생각나는 영화의 정체는 바로 나미비아의 사막.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 영화가 내 시선을 끌어당겼다. 아무래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왓챠피디아 예상 별점도 3.7이라고 하니 더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3.7을 예상하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제77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초청작이라고 한다.
이 사진이다. 나를 끌리게 한 이 미묘한 사진.
시간표가 썩 좋은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서 적당히 시간을 맞춰 영화를 영화를 예매하고 드디어 보러가게 되었다.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감독 야마나카 요코는 20살에 만든 데뷔작 <아미코>(2017)로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됐고, 주연배우 가와이 유미는 10대 시절 <아미코>를 본 뒤 야먀나카 요코를 만난 것이 영화감독과 대화한 첫 경험이라고 말한다. 가와이 유미는 이후 <썸머 필름을 타고>(2020), <유코의 평형추>(2020), <플랜 75>(2022) 등에 출연했고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드디어 야마나카 요코와 재회했다. 감독과 배우의 특별한 신뢰 관계가 없으면 안 될, 자신의 모든 걸 무방비로 노출하는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21살 카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젊은 여성처럼 보인다. 미래에 대한 특별한 야심도 없고 남자친구에 대한 애정도 의심스러우며 하고 있는 직업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어딘가 억눌린 분노를 쌓아둔 듯 갑자기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하는 그녀는 다수의 호감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다. <나미비아의 사막>의 매력은 그런 그녀를 가까이,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우리와 그녀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흔하게 짐작할 수 없는 캐릭터 탐구의 좋은 예이다. (남동철)
정말 기가막히는 영화였다. 별로인가 싶다가도 그 무한한 자유에 빠져들게 된다고 해야하나. 진짜 묘하다. 배우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그 캐릭터를 굉장히 소화를 잘한 것도 있지만 영화의 묘함에 빠져들게 만든다. 분명히 별로라고 생각했던 영화 였는데, 그 영화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든다. 어떤 명확한 답이 떨어지지 않아도 나름의 해석을 통해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많은 뜻이 담겨있지 않을수도 있지만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영화 포스터가 지문인 것처럼 영화의 정체성도 이 지문에 맞는 손을 가져다 대야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처럼 어렵게 다가왔던 영화였다.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특이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쿨한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무기력한 모습을 한 그녀의 이름은 카나. 타인과 이야기를 할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거나 즉흥적인 행동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 같기도 했다. 타인의 세계를 '카메라' 너머로 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도무지 이해하기는 곤란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 영화가 채워놓지 않은 인물의 공백은 영화의 마지막 시선이 카나에 대한 편견을 고정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나미비아라는 이름은 아무것도 살 수 없는 황량한 지역을 말한다고 한다. 카나는 항상 나미비아의 사막 영상을 보곤 하는데, 그 고요한 적막 속 '쉴 틈'을 꿈꾸는걸까. 명확히 알수는 없지만 그 공간에 들어서기 힘들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도쿄의 풍경과 대비되는 나미비아의 사막은 절대 찾아올리 없는 무의미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끝내 찾을 수 없는 오아시아를 카나는 늘 갈구하지만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 깊은 갈증과 외로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진정으로 쏟아내야 할 감정의 찌꺼기를 그릇된 방식으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뱉어내고, 사랑을 핑계삼아 타인을 상처입힌다. 불안과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지만 카나의 불안과 결핍은 그런 방식으로는 어떤 것으로도 채워질 수 없다. 결국엔 자신이 해내야 할 것들을 미루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녀의 사정을 명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무언가의 고충이 있어보였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일과 관련된 이야기라던지, 중국계 일본인으로서의 이야기라던지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으나 그로 인해 미래도 목표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새어나오는 불안감은 폭력으로서 표현된다. 어떤 모습을 해도 받아들여줄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이 희미하고 별거 아닌 것처럼 표현되기도 했지만 벗어날 수 없어서 굉장히 무서웠다. 어떤 폭력의 모습이든 무감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카나'는 그런 존재로 남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남아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줬다.
https://youtu.be/0041qNIbW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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