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소설

[책 리뷰] 작은자비들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4. 12. 10.
반응형

 

작은 자비들은 영미권 최고 범죄 소설가로 꼽히는 데니스 루헤인의 6년만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WP 아마존 선정 올해 최고의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애플 TV에서 드라마화될 예정이다.

 

 

책 후기

 

1974년 인종차별의 광기로 가득 찬 보스턴은 ‘버싱’정책으로 큰 논란에 휩싸인다. 버싱은 흑인과 백인들이 서로 학교를 바꾸어 통학하도록 하는 공립학교 내 인종차별 폐지 정책이다. 버싱 정책이 도입되면 흑인들로부터 언제 위협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메리 패트를 포함한 백인 부모들은 격렬한 시위를 이어 나간다. 그러던 중 버싱 도입 며칠 전, 줄스가 실종되고, 메리의 직장동료 아들인 흑인 청년 어기가 사망한 채 발견된다. 메리는 줄스의 실종과 어기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다는 판단하에 그 두 사건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딸을 지키기 위해 버싱 정책을 지지했으나 딸의 실종과 얽힌 비밀에는 그녀가 상상하지 못했던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당시 보스턴을 장악하던 마피아들과 그들이 적극적으로 조장한 인종 간의 적대감, 그리고 깊이 뿌리 내린 인종차별의 구조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했던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사우디 주민과 흑인 동네의 흑인들 뒤편에 인종차별 폐지 정책을 명령한 판사와 정치인들의 고급 거주지는 버싱 정책에 자유로웠다는 사실 또한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믿었던 세계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치관을 흔들어 놓았다.

 

‘인종차별’은 지금의 시대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인식되지만 그때 당시에 피부색으로 철저히 구별되는 신분제와도 같은 당연한 관념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에 대한 편견이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뒤집을 수는 없었다. “당신은 아이를 신이 만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증오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도록 키웠어요.” 특정 인종은 결백할 것이라는 그 오만함과 화합을 바라지 않는 그 당연함이 옮아가 자신을 조금씩 바꾸어가기 시작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점차 당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당연함의 균열은 자신의 공동체와 갈등을 빚게 되는 결말로 나아가게 된다. “보비는 어쩌면 증오의 반대말은 사랑이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건 희망이라고 증오는 쌓이는 데 수년이 걸리지만 희망은 보지 않는 순간에도 바로 미끄러져 올 수 있으니까.” 말처럼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관념들을 재고하게 만든다. 사회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편견과 차별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당연함이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메리가 마주한 그 세계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집약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은 자비들은 증오와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그 작은 자비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응형

'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큐브  (0) 2024.12.09
[책 리뷰] 변두리 도서관의 사건 수첩  (0) 2024.12.04
[책 리뷰] 오늘의 아이돌  (3) 2024.12.02
[책 리뷰] 특별전형  (0) 2024.11.28
[책 리뷰] 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  (0) 2024.11.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