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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큐브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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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린 작가의 첫 장편소설 <큐브>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진로 고민, 자아 탐색을 다룬 SF 성장소설이다. 현실의 문제를 공상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은 독특한 소재 만큼이나 흥미로운 전개로 큰 몰입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큐브라는 공간과 통제 시스템의 기원이나 목적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독자로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독자 스스로 작품의 메시지와 상징을 해석하도록 이끌며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목차

1. 당신은 채집되었습니다
2. 제정신이긴 한 거겠지
3. 젤리 곰이 말한다
4. 전설급 아이템
5. 전기밥솥과 자동 소화기
6. 평범한 고등학생의 애매한 슈퍼 파워
7. 바나나 우유 스물다섯 상자
8. 내가 아는 사람 중에
9. 문어일까, 나일까?
10. 잘 있어

 

상세이미지

 

책 후기

 

강원도 고성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고3 연우는 교실에 혼자 있다가 채집(?)된다. 큐브에 갇혀 지구 주변을 돌게 되는데, 큐브의 통제 시스템에 의해 일정주기로 연우의 상태가 계속 리셋된다. 연우는 그곳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연우는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정확히 그로부터 1년이었다.

 

큐브에서는 벗어났지만 일정 상황에 처하면 장치의 향성성 시스템이 작동하는 ‘장치’의 존재를 알게된다. 불편함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유지시켜 주는 그 시스템에 의해 연우는 그것이 없으면 생기는 불안감과 외로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시스템에 얽매이게 된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 볼수록 알 수 없는 혼란이 커지고, 전부터 좋아했던 해고니와의 관계마저 연우의 내면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과연 연우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

 

큐브는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현대 사회의 공간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상징적 공간이다. 연우가 현실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항상성 시스템’에 의존하며 느끼는 불안은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면서도 익숙한 안정 속에 머물기를 바라는 양가적인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인간관계를 통해 성장해 가는 연우의 모습이다. 연우는 해고니와의 연애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삶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복제된 자아와의 교류를 통해 내면의 갈등을 극복한다. 이런 관계들은 독자에게 사랑과 자아 탐구가 인간 존재의 본질적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비현실적인 소재지만 상상력과 현실감 사이의 적정한 균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청소년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진로 고민을 마치 우리가 모두 갇힌 큐브 속 이야기처럼 비유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독자로서 가장 큰 의문은 큐브를 설계한 존재와 그 목적이다. 누가 왜 연우를 채집했는지, 큐브의 기술적 배경은 무엇인지가 밝혀지지 않아, 이야기의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공백은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반대로 서사적 허전함으로 작용한다. 큐브의 기원과 시스템의 작동 원리가 더 구체적으로 설명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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