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는 천수이 변호사의 신간 에세이다. 차가운 법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빈틈을 사람의 온기로 채워간 이야기 라는 문구에 이끌려 서평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마주한 현실과 법이 닿지 못한 빈틈을 사람의 온기로 메우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과 고민을 담고 있는 책이다.
목차
추천의 말
프롤로그: 법의 빈틈을 채우는 사람의 온기
1장 준비―달동네 K-장녀, 로스쿨에 가다
태어나 보니 다 정해져 있더라
이름이 바뀌면 인생도 바뀔까
돼지에서 영웅이 되는 반전 드라마
결핍이 독이 아닌 득이 되도록
녹슨 칼의 쓸모
2장 시작―변호사인 듯 변호사 아닌 변호사 같은
긴가민가할 때는 대부분 기다
진실과 사실은 다릅니다
속는 것도 나, 속이는 것도 나
사실 우리는 모두 괜찮지 않다
변호사를 고소하고 싶어요
목도리도마뱀의 가을
3장 가족―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
압구정 이 씨도 가능한 세상인데
끔찍하게 소중한 내 아이가 끔찍한 사람이 되지 않길
내 딸이 아닌 사람이 호적에 있어요
나도 엄마가 되고 싶다고요
브라보, 아빠의 인생
이제 고작 100일 주제에 탕수육을
4장 관계―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
매일 아침 10시에 동료가 온다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다
하늘 아래 태양은 둘이 될 수 있어요
친애하는 이웃육촌들에게
대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낭만
인정사정 볼 것 있다
5장 삶―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어야 하는 것들
다음이 궁금해서 눈을 감지 못합니다
조금 구겨져도 괜찮아요
가혹한 삶의 끝에 헛된 희망이라도
망할 병에 걸렸습니다
차가운 머리도 그들 편에 함께 서 있기에
6장 끝―처음과 같이 이제 와 항상 영원히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은 없다
가장 슬픈 공지를 합니다
누구보다 더 힘차게 살아남을 사람이 되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마지막 순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에필로그: 잘 듣다 갑니다
상세이미지
책 후기
저자는 첫 출근에 느낀 설렘과 좌절감을 털어놓는다. 정장에 어울리는 마음가짐과 행동, 삶의 무게에 책임감을 느끼며 첫 출근을 했다.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변호사, 작은 곳에서라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어린시절 어렵기 살았기에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한 평짜리 칸막이 안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자신도 제대로 된 사무실에서 대접받으며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으며 이전에는 가져본 적 없었던 보상심리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고 고백한다.
본격적으로 상담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사연은 책에서 배운 사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엔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 부끄러웠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법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변호사가 단순히 지식을 뽐내는 자판기가 아니라, 함께 맞장구치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도 적용 해야 한다. 진실이 사실과 다르다면 그 진실을 판사에게 알리려고 변호사가 있고 억울한 사람에게는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죄 지은 사람은 딱 죄지은 만큼만 벌을 받도록 하려고 변호사가 있다. 증거가 없어 밝혀지지 못한 진실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누군가의 말이 진실하다는 것을 먼저 믿어주는 변호사가 되려고 했다.
법은 모든 상황을 포괄할 수 없는 '기성복'과 같다는 그의 비유가 인상적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법의 테두리에 담기지 않는 복잡한 진실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법은 모두를 예상하고 대비할 수는 없다고 한다. 법은 장래 발생 가능한 다양한 사안을 예상하고 미리 만들어 두는 일종의 기성복 같은 것이어서 아무리 다양한 치수의 옷을 만들어 두어도 예상을 넘어 팔이 길거나 짧은 사람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라도 억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록 법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한 번쯤 귀를 기울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이 힘이 없어 사실과 균형을 잃었다면 진실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변호사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느끼는 현실적인 무게와 그 안에서 잃지 않으려는 초심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 없이 법을 말할 수 없고, 사랑 없이 사람을 말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법의 당신 편이 아닌 순간에도 여전히 당신 편에 서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는 법도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저자는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듯, 이 책은 당신에게도 그렇게 다가갈 것이다.
가제본과 함께 도착한 작가님의 편지가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다. 어떤 위로의 말들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던 시절이 떠올랐다고 하며 가만히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귀 기울이던 그 순간을 써내려 갔다고 말했다. 의뢰인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때로는 같고 때로는 다른 그 이야기 안에는 항상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법을 말하기 이전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사랑 없이 법을 말할 수 없고, 사랑없이 사람을 말할 수 없다는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한다. 언젠가 당신에게도 누군가가 필요할 때, 그 사람 역시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그 말이 이 책에 더욱 스며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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