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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춤추는 초록 공룡을 본 적 있나요?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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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초록 공룡을 본 적 있나요?>는 김수하 작가의 잇스토리 영상화 기획 소설 시리즈이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더 큰 사랑의 형태를 그린 이야기이다. 소설은 단 한 번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게 된 한 남자와 자신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했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만나며 벌어지는 일이다.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상처 없는 사람 없다 했던가. 타인에게 투영되는 상처와 다른 방식으로 피어나는 사랑을 교감하고 치유하는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한가지 사랑으로만 국한되지 않은 소설의 사랑스러운 나른함이 인상 깊었다.

 

강우는 인형 탈을 쓴다면 본모습을 숨기면 쓸모 있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형 옷을 쓰기 시작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견디기 힘든 인형의 무게를 견디며 춤추는 연습에 몰두한다. 무기력의 늪에 빠져 있던 남자는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현실과 부딪히는 순간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용식이는 나, 용식이를 지키는 건 곧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우연히 만난 연이 인형 탈 안에 숨겨둔 나 자신을 온전히 바라봐 주면서 조금씩 탈을 벗을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초록 공룡 인형 탈을 쓴 남자가 어느 순간 나타난다. 전단지 알바가 아니었던 그 남자의 공연 덕분에 텅 비었던 카페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건너편 너머로 봤던 남자를 직접 보게 된 연은 강우의 깊은 눈, 휘어진 눈에 빠져들었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깊게 빠져든다. 그에게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일련의 사건으로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어진 경험을 했던 연은 강우를 눈과 마음에 담기 시작한다.

 

타인의 사정을 세심하게 살피려는 노력 없이 함부로 이야기하는 요즘 시대의 문화는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다. 현실 세계에서는 저마다의 거리를 두며 휴대전화 너머의 세상을 보기 바쁘면서도, 남의 일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는 점이 매우 모순적이다. 때론 누군가의 오지랖이 큰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아닐 때는 간섭이 되어 크나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는 오지랖이 아닌 관심과 친밀함으로 다가와 매우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타인을 위한 마음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특히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 또한 다루고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화해는 특히 현재 사회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고, 모두가 어색해하는, 소위 오글거리는 과정이다. 하지만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고, 덩달아 마음도 달래줄 수 있는 치유의 기술이다.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고 예전보다 더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억지로 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무리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의 의지와 나의 의지가 일치할 때만 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타인과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나면 소설의 끝은 자신을 가리킨다. 남에게는 격려의 말, 칭찬의 말을 건네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모진 말들, 해주지 못하는 그런 말들이 진정으로 닿았을 때,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진정한 나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채워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다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상처일 수 있다. 이 소설은 그 지점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스토킹, 교제 살인과 같은 문제는 이미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부닥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법의 미비함과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그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그로 인해 더 많은 피해자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제도적 보완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인상 깊은 문장

118p 미래가 기대된다는 건 현재가 빛나고 있다는 아주 분명한 증거였다.

354p 무서워요. 당신을 알아가도 될까. 감히 좋아해도 될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할지 몰라서 또 얼마나 다치게 할지 몰라서 당신이 모든 걸 알고 떠난 뒤의 세상을 버틸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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