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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헤르메스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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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원작소설 저자의 SF 소설을 드디어 보았다. 상당히 독특한 설정이라 이끌리듯 보았던 <헤르메스>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 더욱 흥미로웠다. 이 소설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헤르페스라는 도시가 생기기 전과 후로 나뉘며 여러 인물들의 시점으로 전개되어 있어 다소 뒤죽박죽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인물을 파악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는지를 보면 헷갈리지 않고 감상이 가능하다. 이야기 자체가 절망, 그리고 절망, 희망 그리고 다시 절망이 이어지는 이야기라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정말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계속해서 책으로 시선을 끈다. 다음 페이지가 술술 지나가 몇 시간 만에 뚝딱 읽은 책이다. 인류는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까?

 

 

 

인류는 2029년 소행성 충돌로 인해 지구 멸망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충돌을 가까스로 피했고 종말의 공포를 눈앞에서 마주한 인류는 피난용 지하 실험 도시를 건설하여 피실험자를 모집하게 된다. 세계 곳곳의 2만 명이 장기 거주 가능한 지하도시를 짓는 것이 '지오 X'의 목표였다. 미국, 호주, 일본이 실험 도시로 지정되었고 상정 거주 가능 인구는 900명이었다. 지하도시 eUC3에서 생활해야 하는 실험기간은 10년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며 실험 참가자 900명은 실험 종료시 거액의 보수를 받게 된다. 편지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의식주를 보장해준다고 한다. 

 

거액의 보수
1년에 20만 달러, 1년이 지날 때마다 20만 달러 추가, 10년이 지나면 특별보수 200만달러 추가.
도합 총 600만 달러. 엔화로는 8-10억엔.
중도포기 시 원금 o, 보너스 x. 사망 시 유족에게 상속가능.

 

이곳은 일본의 지하도시 eUC3. 실험 종료와 동시에 폐쇄될 예정이지만 일부 주민 239명이 시설폐쇄를 연기해 달라는 요구를 한다. 관리자들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보수를 올려달라고 하기 위한 저항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거액의 보수를 포기해서라도 이곳에 머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이 계속 머물게 된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될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해보았다. 첫번째, 보안원을 동원한 실력 행사로 강제 송환. 두번째, eUC3 인프라를 조작하여 퇴거를 유도하기. 두가지 방법 모두 부상자나 사망자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민간인 대량 학살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고  신뢰성 또한 떨어져 지오 x 계획의 존속이 힘들 수 있다. 그 계획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주민들의 반란이라는 오점을 남길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니 주민들 일부는 소행성 충돌 직전의 상황을 눈앞에서 목격했으며 암흑실험으로 인해 어떤 소년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소행성 충돌이 벌어져 지상은 곧 암흑으로 뒤덮일 것이라며 집이 아닌 이곳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기파와 반대파가 극렬하게 맞부딪히면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었기에 '지오 x'에서는 빠른 판단을 내린다. 실험은 종료하나 남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eUC3를 대여하고 주민들이 관리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머무는 것도, 떠나는 것도 자유라는 것은 사실상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책임은 주민들이 져야 한다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시설 관리 강습도 시작했고, 10년 만에 사회로 복귀하는 사람들과 상담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실험 종료 후 스태프를 포함한 모두가 퇴거를 했고 그 도시는 '헤르메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던 어느 날, 통신이 끊겼고 그곳을 드나들 수 있는 포털 또한 작동하지 않아 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관리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도 있었지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추모식이 열린다. 추모식 한 달 후, 2029 JA1이 지구에 접근해 충돌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날은 바로, 2029년 7월 27일이었다. 되살아난 망령 앞 냉정하고 과학적인 결론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미국, 중국, 인도에서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이 드러났고 지오 X프로젝트에도 활력이 붙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후 헤르메스에서 생존자가 발견되었다. 그는 곤노 유리와 세라 와타루의 자식으로 헤르메스라는 특이한 환경에서 태어난 소년이었다.

세상이 끝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공포와 그때가 와도 도망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체념에 따른 신념이 불러온 집단 광기라고 해야 할까. 냉정하게 따지면 소행성이 부딪힐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지하 3천 미터의 이곳이 오히려 지상보다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더 컸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이들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려움이 그들을 사로잡으며 믿지 않던 이들도 스스로를 지하로 가두었다. 그들은 세상이 멸망한다고 믿었고 지상사람들이 지상세계가 멸망할 때 몰려들까 봐 셔틀을 부수었다. 하지만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고 한 소년에게 희망을 걸었다. 구세주를 내세우려는 계획의 일부인 걸까?

가설 하나가 나온다. 헤르메스 주민들이 238명이 사망했는데, 살해된 흔적이 보였다. 상호합의 거나 루키가 그들을 모두 살해했을 것이 추측했다. 다른 목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 대상이었다. 헤르메스의 유일한 생존자인 이 소년의 이름을 루키라고 지었다. 세라 와타루의 가족이 루키를 돌보기로 했고, 그들은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헤르메스에서 살았던 만큼 험한 곳에서 살았기에 일반적인 바이러스에 취약했던 루키는 목숨을 잃게 된다. 그렇게 루키를 구세주로 믿었던 사람들은 [루키의 묵시록]으로 '라이디치오'를 만들어내었고, 인류 사회의 리셋이라는 목표로 활동했다. 2029 JAL를 카두케우스라고 칭하며 인류 사회의 멸망을 촉구했다. 한편, 그와 반대되는 쿠루나 운동 또한 펼쳐지며 인류의 마지막이 어떻게 장식될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아마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끝없는 음모와 불안은 이미 인류를 뒤덮었고,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있는 자연현상을 인류가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구의 대지가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도려내었고 메워지지 않았다.라는 말처럼 믿음이 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 것이다.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고 이 소설에서 또한 제2의 헤르메스를 보여줬기에 더욱 무서웠다. 우리의 손아귀를 벗어난 일이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 그 불안감은 더욱 이용당하기 쉬울 것이다. 수많은 선동과 혐오를 이끌던 이 또한 개인이며, 그들은 타인의 심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열등감을 표출하는 이었다는 것을 요즘에는 더욱 많이 느낀다. 정보 전달이 아닌 혐오를 위한 혐오, 그리고 선동에 쉽게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 보인다. 

 

14P 어쨌든 변화를 싫어하는 건 인간에게 완전히 들러붙은 습성 같은 거야. 설령 그게 좋은 변화라고 할지라도. 인간의 마음은 모순덩어리니까.

25p 조상들의 기억을 몸으로 이어지는 현대인들은 지하로 향할 때 거부할 수 없는 저항감을 느낀다. 그러나 결국 조상들이 살았던 곳도, 위기가 닥쳤을 때 피난 했던 곳도, 유용한 광물을 얻었던 곳도 모두 지하이자 동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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