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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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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단편소설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짧기도 하고 약간 허탈한 느낌이 유독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집은 좀 달랐다.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이 소설은 전체 주제를 포괄하고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SF 소설 만의 장점과 인간이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진지함이 담겨 있어 여러 번 읽게 되는 소설이었다. 특히 이별과 슬픔에 관련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 있어서 여운이 짙게 남았다. 언젠가 다가올 미래이지만 낯선 미래를 담은 환상적인 이야기 열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열다섯 편의 이야기 중 아홉 편이 넷플릭스, 앰블린, 파라마운트, 라이언스 게이트 등과 계약되어 영상화 중이라고 한다.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정답을 내어주지 않아 더욱 그 세계에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포털의 정체나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미지의 무언가가 나타나며 사람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주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미뤄두었던 감정을 쏟아내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 같아서 상당히 공감이 갔던 대목이었다. 포털이 생기는 비현실적인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트라우마의 산물인 슬픔, 두려움, 원하는 것, 비밀, 수치심 등의 감정이 구멍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눈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 우리나라에도 거대한 포털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든 사람이 지쳐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정도가 한계에 다다르게 되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 그래서 가끔은 전세계가 모두 기간을 정해 그 기간만큼은 모두가 쉬면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포털은 아마 사람들에게 불안과 혼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리움의 존재가 되어 현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대상이 아닐까.

 

<버전>

버전은 흔적의 일환으로 새로운 도구인가 또 다른 인간의 등장인가에 대한 물음이 담겨 있었다. 최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에서도 다룬 이야기지만 같은 인격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몸에 담겨 있고, 어떤 환경에서 시작하는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존재라고 할지라도 인격체로 대하기 위해 만든 존재라면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새로운 인격체의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지만 그 존재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 소설에서는 버전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아름답게 표현했지만, 어긋난 존재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아서 왠지 모르게 섬뜩했던 것도 사실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을 오가는 소설의 표현력이나 문체에 빠져들었다. 특히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과 세밀한 표현력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도와주었고 그뿐만 아니라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오글거림이라는 단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에 충실한 소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슬픔은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에서 풀어내지 않아 좋았다. 개인적으로 사람과 이별할 때,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그 사람을 떠나보낼 수 있는 장례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소설에서 슬픔에 대한 태도를 굉장히 흥미롭게 여겼다. 우주에 구멍을 내는 모든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며 또 다른 감정들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여운이 머릿속을 맴돌아서 또 다른 이야기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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